등록 : 2007.06.18 17:21
수정 : 2007.06.18 17:21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나는 그 시절의 제일가는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가자란 시골은 조그마한 읍 소재지였으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하고도 조용한 곳 이였다. 봄이면 진달래 향을 몰고 온 바람을 따라 철쭉도 꺾고 아카시아 향내 음을 따라 싱그러운 봄 햇살에 어느새 자란 보리밭에 뒹굴며 숨바꼭질 하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낮잠에 취하고는 했다. 때로는 보리를 꺾어 피리를 불기도 하고 버들가지로도 피리를 만들어 불고는 했다. 그 시절에는 딱히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이 없었고 자연이 장난감이요 자연이 친구가 되어 동심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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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라고는 조그만 점방에 쌓인 건빵과 빨아도 녹지 않는 돌 사탕이 대부분이었고 가위 치는 엿장수를 보면 그날은 집에 있는 물건은 남아나질 않았었다. 헌 고무신이나 파리약병 그리고 소주병을 들고나가 달콤하고 입천장 구석에 달라붙는 꿀맛 같은 엿을 먹고 나면 그날은 그리도 신이 절로 나는 날 이였다. 돌 사탕은 일명 십리 사탕이라 하여 입에 넣으면 십리가 가도록 녹지 않고 그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하여 십리사탕이라고 하였다. 1원을 주면 2개를 주었고 콩알보다 조금 큰 하얗게 생긴 사탕 모양이고 그 속 중앙에는 좁쌀 같은 것이 박혀 있는 그야말로 고래심줄 같은 여간 해서는 녹지 않는 사탕 이였다. 참말로 맛있고도 오래먹어 어린 동심을 즐겁게 해주던 그 돌 사탕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추억의 사탕이다.
비 오는 날 이면 왜 그리 궁금한지 콩을 볶아 껍질을 벗겨 한 알 한 알 씹어 먹는 맛은 너무나 구수 했다. 바삭바삭 씹히는 순간 구수하고 달콤한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먹 거리의 하나였고 빈대떡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였다. 지금처럼 갖가지 재료를 넣지 않았고 밀가루에 고작 파나 부추정도를 넣고 부친 부침개는 세상 제일의 안주거리요 우리들의 간식거리요 간장에 찍으면 반찬이 되기도 했었다. 배고프고 못살던 시절이라 어머니 손에서 만들어진 부침개 콩 볶음 그것은 너무나 맛있는 간식이었고 그 맛은 세상이 다해도 잊을 수 없을 게다.
골목을 따라 신작로를 거쳐 골목을 오르면 운동장이 저수지만한 학교가 있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스탠드가 있는 넓고 큰 운동장이 있었다. 신나게 뛰고 달리며 학교를 마치고 방과 후 돌아오는 길은 또 하나의 즐거움을 주는 곳이 있었다. 읍내 세탁소 옆에서 언제나 이 빠진 미소를 지으시며 반겨주시는 할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이다. 일명 뽑기 할아버지였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지금의 파라솔은 없었고 낡은 우산을 세워 비닐포장을 둘러친 곳 그곳은 하교 길 우리들의 명 아지트였다.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께서 국자에 설탕을 넣고 연탄불위에 올려놓으신다. 설탕이 녹을 쯤 소다를 젓가락으로 찍어 넣으시면 그때부터 우리들의 입안에 침이 마르질 않았었다. 주먹만 하게 부풀어 오른 뽑기를 보며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나 재미있고도 맛있는 먹거리 이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하얀 스탠레스 위에 부풀어 오른 뽑기를 엎어놓으신다. 그리고 재 빨리 사람모형의 틀을 얹어 꾹 누르면 기다리던 뽑기가 만들어 지곤 했다.
그때부터가 긴장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즐거운 놀이 감이 되는 뽑기 놀이가 시작된다. 사람형틀로 나타난 모양을 따라 바늘과 침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입으로는 먹고 손으로는 형태를 따라 떨리는 손놀림으로 바늘을 쉴 새 없이 갖다 대고는 하였다. 모양을 따라 오려내면 뽑기를 하나 더 해주는 그 재미에 방과 후 그곳은 지나칠 수 없는 즐거운 곳 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형태에 따라 오려내는 것이 여간 어렵고도 힘든 놀이였고 아슬아슬한 짜릿한 감정은 세상 어느 것 보다 스릴이 있는 것이었다.
실패한다 치면 그날은 아쉬움의 달콤함만 간직한 채 집으로 향했고 성공한다 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지기도 했던 그 뽑기의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하는 추억이다. 속세에서 닳고 닳아버린 세상의 각박함이 나에 곁을 스며들 때면 어릴 적 추억으로 잠시나마 달래보곤 한다. 살아있는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살아있는 자연식으로 먹고 푸른 하늘과 때 묻지 않은 동심의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그 추억은 지금도 나에겐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비가 온다........ 그리고 그 추억은 오늘도 내 곁을 맴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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