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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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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옥씨, 36만원 코레일에
61년 전 해방 공간에 어렵게 학창시절을 보냈던 70대 노인이 당시 넉달 동안 무임승차했던 통학 기차의 요금을 갚아 화제가 되고 있다.코레일(한국철도공사) 부산지사는 최근 경남 함안에 사는 구태옥(79)씨가 61년 전 중학생 시절 넉달 동안 해운대에서 부산진역 구간을 무임승차한 것을 뉘우치는 뜻으로 36만6000원을 변상했다고 18일 밝혔다. 구씨는 코레일 부산지사를 찾아가 “1945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부산 해운대역 근처에 살면서 부산진역으로 운행하는 열차에 무임승차해 통학했다”며 정확한 무임승차 요금을 계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코레일 쪽은 이날 구씨에게서 122일간의 기본 왕복요금 14만6400원과 자진 신고에 따른 1.5배의 부가금 21만9600원을 합해 36만6000원을 징수했다.
구씨는 “당시 철도파업 등 혼란기여서 학업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는 등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며 “몇년 전부터 무임승차한 운임을 갚으려 했으나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현재 경남 창원의 교회 목사로 재직 중인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못한 일을 한가지씩 회개하는 심정으로 무임승차 운임을 갚게 됐다”며 “그동안 마음 한구석이 괴로웠는데 이렇게 홀가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 부산지사 정동일 영업팀장은 “요즘도 표를 사지 않고 고속열차 등을 무임승차하는 예가 자주 있다”며 “구씨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 사회에 아직 양심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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