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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0 08:51 수정 : 2007.06.20 08:51

선불금을 받은 뒤 하루만 일하고 도망친 다방 종업원에게 법원이 돈을 떼어먹을 의사가 없었다는 점 등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20일 서울 서부지법에 따르면 카드 빚 500만원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노모(24ㆍ여)씨는 다방 종업원으로 일하면 금방 돈을 벌 수 있다는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2005년 11월 28일 경남 고성군에 있는 한 다방에 취업했다.

노씨는 선불금으로 500만원을 받아 일을 하면서 갚아 나가기로 했고 29일부터 차 배달을 나가거나 한 시간에 2만원씩 받고 노래방에서 손님들과 놀아주는 `티켓영업'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했던 노씨는 그날 오후 11시 티켓영업을 하던 중에 어머니로부터 `집에 도둑이 들어 무섭다'는 전화를 받았다.

노씨는 집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다방에 말했다가 거절당하자 안절부절 못하고 울다가 자정 무렵에 택시로 마산역까지 갔으나 교통편이 없어 여관방에서 잠이 들었다.

다방 업주는 노씨가 숙소에서 사라진 걸 알자 `돈을 가로챈 데다 패물까지 훔쳐갔으니 고소하겠다'는 등 수차례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노씨는 겁에 질려 서울로 올라가버렸다.

노씨는 "엄마가 걱정돼 잠시 갔다 오려고 했는데 도둑으로 몰아 겁이 나서 못 돌아가겠다"고 항변했으나 처음부터 일할 의사가 없이 선불금만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노씨의 어머니가 당시 실제로 지구대에 도난신고를 한 점, 노씨가 옷가지를 숙소에 두고 다방을 나온 점, 당시 어머니의 안위를 걱정하던 상황이 담긴 문자메시지, 차용증에 실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점 등을 증거로 검토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 2단독 최병철 판사는 "노씨가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절도범으로까지 모는 데 겁이나 결국 다방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19일 노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최 판사는 "형사 재판에서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하다는 확신을 가져야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며 "다방에 취직해 선불금을 받은 뒤 하루 일하고 그날 저녁에 다방을 그만뒀다는 사실만으로 돈을 떼어먹을 의사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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