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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0 14:16 수정 : 2007.06.20 14:16

시민의 불복종, 어떤 근거로 처벌하나?

대통령 발언에 대한 선거법 위반 시비가 선관위와 청와대의 입싸움으로 흥미롭게 번지고 있다. 18일 선관위가 '대통령 발언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는 보도가 있을 시점만 하더라도, 각 미디어는 선관위의 잇단 위법 판정으로“향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크게 위축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19일 청와대의 반박문에 “앞으로 발언하기 전에 선관위에 묻겠다.”는 비아냥이 상징하듯 청와대는 선관위의 위법판정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사실 선관위의 판정에 대해 대통령 측이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란 정황은 대통령 발언이 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었던 지난 '참평포 특강 발언 파문’에서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대통령은 이미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규정한 현행 선거법이 ‘위선적 이라고 발언 한 바 있었고, 이미 한 차례 파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위반 시비가 될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가 ‘위선적인 선거법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중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 으로 보여 진다.

즉, 대통령은 스스로 위선적이라고 느끼는 선거법을 몸소 위반함으로서 현행 선거법의 부당함을 알리고 ‘자신의 발언 시비를 선거법을 개정하는 계기로 삼아보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는 듯하고, 악법의 개정을 위해 투쟁하는 대통령의 불복종 운동을 보며 몇 가지 별스런 생각이 떠올라 주절거려 본다.

시민의 불복종

‘불복종운동’이 권력의 부당한 강제나 악법에 대항하여 권력의 통제에 따르지 않거나 공개적으로 해당 법을 위반함으로서 권력의 통제나 악법을 개선하는 방편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불복종 운동은 미국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에서 유래되었다. 소로우는 미국 정부가 멕시코 전쟁을 위해 거둔 ‘인두세’ 납부를 거부함으로서 투옥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옳지 못한 권력의 부당한 압제에 대해 시민이 불복종할 권리’ 를 주장하며 이 개념을 ‘사회에 대한 개인의 자유를 옹호할 권리’로 정리하여 ‘시민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는 저서를 남기게 되었고 후에 톨스토이에 의해 ‘시민의 불복종’이란 제목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인도의 간디는 소로우의 사상을 몸소 실천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나는 소로우에게서 한 분의 위대한 스승을 발견했다.”고 말할 정도로 소로우의 불복종 사상에 감복 받았으며, 그는 불복종 운동을 독립운동에 접목시켜 스와데시(Swadeshi;자립경제), 스와라지(Swaraj;자치, 독립) 운동으로 승화시켰다.

철저하게 폭력을 배제한 간디의 불복종 운동은 영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법을 위반하는 사람을 모두 구속시키자니 인도 전역을 감옥으로 삼아야 할 판 이었고, 불법을 묵인하자니 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간디를 구속하면 폭력사태가 야기되었고, 그를 석방하면 대규모 불복종 운동이 전개 되었다. 영국의 식민통치에 대한 간디의 비폭력 비협조 투쟁은 영국 본국에서 조차 간디의 독립운동에 대한 존경과 흠모로 이어졌고 결국 영국정부 스스로가 인도의 통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의 불복종운동

우리 시민 사회의 불복종 운동은 3.1 독립운동에서 유래를 찾아야 하지만, 일제의 잔혹한 탄압과 사회 내부에 준동하는 친일 매국노들의 이간질에 힘입어 우리의 불복종 운동은 결집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렇게 맥이 끊긴 불복종운동은 시민의 자각이 이어진 87민주항쟁을 계기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80년대 후반 KBS의 편파적 보도에 항의하여 전국적으로 전개된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은 범사회적으로 전개된 불복종 운동 사례이지만, 89년 3월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초청에 응해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문익환 목사의 방북사건은 당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레드콤플렉스와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을 공개적으로 위반한 대표적 불복종 운동 이다.

당시 사회는 문 목사의 방북으로 인해 큰 충격에 휩싸였지만 임수경씨나 황석영씨 등의 방북으로 이어지면서 남북의 긴장은 크게 완화되었고, 보안 악법의 개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보안법의 독소조항에 대한 개정 내지는 폐지 논의는 지난 24년 급진전하여 그해 정기국회에 보안법 폐지안이 상정되었지만 한나라당의 국회 단상 점거로 처리가 무산되기도 했다.

보안악법 개폐시도 무산과 관련하여 정부 관계자는 ‘보안법은 이미 죽은 법이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보안법 논의 중단을 정당화 했지만 그 이후에도 강정구교수 등 많은 사람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되거나 기소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보안법은 결코 죽은 채로 박물관 속에 전시된 법이 아니란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시민의 불복종, 어떤 근거로 처벌하나?

우리 헌법에 가장 상위의 헌법기관으로 명시되어 있는 대통령이 말할 권리를 찾기 위해 앞장서서 위선적 선거법을 몸소 위반하는 불복종 운동을 통하여 자신이 임명권을 가진 하위 기관인 선관위와 대립하며 선거법 개정운동을 벌이는 기막힌 상황을 접하며, 집회와 시위 등과 관련한 법들을 위반한 위반자와 보안법을 위반한 위반자, 신념에 의해 병역을 거부한 병역거부자 등 수 많은 부당한 법규의 희생자들에게 정부가 어떤 명분으로 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을지, 아무도 건너는 사람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신호위반한 차량 운전자에게 어떤 명분으로 신호위반 단속을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문득 헌법 명시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로 시작되는 대통령 취임 선서가 떠오른다.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 인가?

[대한민국헌법 제 69조]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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