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0 15:58
수정 : 2007.06.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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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입사원 하계 수련회 동영상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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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동영상 유출 ‘곤혹’…“외부 시각으로 재단 말라”
삼성그룹의 신입사원 수련회 모습이 인터넷 동영상사이트에 올라와 화제다. 두 편으로 이뤄진 이 동영상은 지난해 6월 삼성전자의 신입사원 하계 수련회 가운데 정보통신 총괄팀의 매스게임 장면을 담고 있는데 21일 현재 각각 60만여건, 40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화제가 된 까닭은 매스게임의 수준이 ‘전문가급’이기 때문이다. 카드 섹션으로 애니메이션을 구현하기도 하고, 용이 등장해 싸움을 벌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애초 기사에 붙인 2006년도 삼성 수련회 동영상은 20일 기사로 소개할 당시 36만여건의 조회수를 보였으나, 기사로 인해 알려지면서 100만건 이상의 폭발적인 조회수를 보였으나 21일 오전 9시24분께 엠엔캐스트에서 원본이 삭제되었다. 지금 올라있는 동영상은 개인 블로그에서 다운받아 올려놓은 것을 링크한 것이다.(위) 2006년 수련회 동영상이 올라온 20일 엠엔캐스트에는 2007년 6월에 열린 수련회의 동영상들이 별도로 올라왔다.(아래))
수 천여명이 참여한 카드섹션은 일사분란하다. 선수가 축구공을 차는 장면과 여인이 캉캉춤을 추는 장면을 카드섹션으로 표현했다. 카드로 만든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장면까지 만들어 냈다. 행사의 마지막 부분에는 카드가 아닌 모형 용이 등장해 거북선으로 변하면서 풍물패가 등장해 분위기를 최고조로 이끈다. 국가적 행사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퍼포먼스’다. 이들은 ‘정보통신’의 글자를 카드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믿을 신(信)’을 ‘귀신 신(神)’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앞에서 안무를 주도하는 대학 응원단 복장을 한 사람들도 전부 삼성의 직원이다. 화려하고 뛰어난 카드섹션은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사원들, “불만 별로 없어” VS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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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신입사원 하계 수련회 동영상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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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수련회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직원들은 매스게임과 카드섹션 등의 프로그램에 대해 “별 불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수련회의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하며 자신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당시의 사진을 공개한 경우도 많다.
2003년 신입사원으로 하계 수련회에 참석했다는 삼성 계열사 한 직원은 “전문 안무가를 고용해 계열사별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매스게임을 연습한다”며 “일반 사원은 보름 정도 합숙을 하고 행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티에프(TF)팀은 2~3달 정도 합숙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1등을 한다고 해서 보너스와 같은 이익은 없지만 사장단이 다 모이는 자리라 모두들 경쟁적으로 열심히 하며 직원들의 불만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2004년 입사한 또 다른 사원은 “나도 용을 주제로 한 매스게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며 “머리 나쁘면 쫓아하기 힘들다. 신입사원 전체를 3~4개팀으로 나눠 응원대결을 펼치는데, 삼성전자가 주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블로거 ‘솔내음’은 올블로그에 올려진 자신의 블로그에서 “80년대 말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삼성체전에 참가했었다”며 “반도체 공장에서 입는 방진복을 입고 회사 깃발을 들고 잠실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게 전부였지만 그걸 하기 위해 한 달을 연습했으며, 행사를 며칠 앞두고 기흥 공장에서 서울까지 상경해 예행연습까지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입사원들이 카드섹션으로 만들어낸 이건희 회장의 얼굴이 스탠드 한 쪽 면을 가득 메우는 그 광경에 충격을 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tk8398는 ‘빌게이츠가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저런 매스게임 한다는 건 들어본 일도 없다”고 말했고, jks5521는 “저 정도 하니 세계적인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삼성 동영상 유출 ‘곤혹’…“외부 시각으로 재단하지 말라”
사이버 공간에서 삼성 직원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사내 자료를 외부로 유출한 누리꾼을 질타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 공개적인 싸이트에 올리면 안되는 거 모릅니까? 당장 지우세요”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쪽은 신입사원 교육 영상이 외부에 유출된 데 무척 곤혹스워 하는 분위기다. 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간부는 “21년째 해마다 해오는 것이다. 교육을 받은 사원들 대부분이 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자랑스러워 한다. 외부 시각으로 이상하게 재단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북한식 집단 매스게임과 다를 게 뭐냐’는 질문에 “어느 민간 대기업이나 신입사원들 대상으로 일체감을 고취하기 위한 집체성 교육을 하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엘지그룹의 한 간부는 “우리도 해마다 인재양성 교육원인 ‘인화원’에서 4주 가량의 집단교육을 한다. 3주는 그룹 차원 공통교육, 마지막 1주는 계열사별 교육 형식이다. 주로 세미나, 집단토론, 과제해결 등의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집단 응원대결, 집체교육 등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국 김회승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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