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0 20:39
수정 : 2007.06.20 20:39
귤 먹은 돼지…녹차 먹인 광어…
‘돼지가 감귤을 즐기고, 광어가 녹차를 마신다?’
톡톡 튀는 지역 특산품들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맛도 뛰어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참살이(웰빙)형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와 농·어민들은 “튀어야 산다”며 끊임없이 기능성 특산품을 선보이고 있다. 녹차를 먹인 돼지와 한우가 선보인 지 20여년 만에 지역 특산품의 진화(?)가 실로 눈부실 정도다.
제주에선 감귤 먹은 돼지와 닭이 등장했다. 제주양돈농협과 영농조합법인 탐라유통은 지난 2월 ‘귤 먹은 도새기(돼지)’ 개발에 성공했다. 감귤 즙을 짜고 남은 찌꺼기를 사료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제주도는 귤 먹은 돼지고기가 일반 돼지고기보다 비타민 B1·B2 함량이 각각 84%, 140% 높고, 콜레스테롤 함량은 18.5% 감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참맛 귤 닭고기’와 ‘참맛 귤 독새기(달걀)’도 똑같은 발상을 활용해 상품으로 내놓았다.
전국적으로 한우 명품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강원도 횡성한우는 ‘수컷의 상징’을 없앤 ‘거세우’의 원조 격이다. 횡성군은 수의학 박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1등급 정액선정위원회’를 두고, 최고 시술소를 고를 정도로 한우 혈통을 중시한다. 횡성한우가 지난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축산물 중 처음으로 지리적 표시제 인증을 받은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전남도는 지난 3월 무항생제 돼지를 키워 ‘해두루 포크’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은 홍주 찌꺼기를 먹은 ‘홍우’와 ’홍돈’을 올해 안에 선보인다. 홍주에 든 약재로 피를 맑게 하는 지초를 1% 비율로 사료에 첨가한 것이 비법이다. 순천대 분석 결과, 시험용 홍우와 홍돈은 콜레스테롤이 줄었고 지방의 두께도 얇아졌다. 충북도는 <삼국사기>에 왕실 진상품으로 나오는 토종 한우인 흑소와 등에 칡덩굴 무늬가 있는 칡소 명품화에 힘을 쏟고 있다.
수산물도 ‘기능성’ 시대다. 전남 완도군 약산면 현창수산(대표 박관철)은 ‘녹차먹인 광어’를 일본에 수출한다. 박 대표는 아내가 녹차 맛사지를 하는 것을 보고 ‘퍼뜩’ 광어를 떠올렸다. 녹차의 플라보놀 성분이 광어의 비린내를 없애고, 고깃살을 탱탱하게 한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소는 지난 4월 ‘백년초 광어’를 개발해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백년초는 항균 효과와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능을 지녔다.
“술을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역발상의 특산품도 나왔다. 경남 진주의 ㈜장생도라지는 지난해 7월 21년산 도라지로만 빚은 ‘진주’를 내놓았다. 이 술은 “간을 보호하고 숙취가 없다”는 술꾼들의 입소문을 타고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제주·광주/허호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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