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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6:55 수정 : 2007.06.21 16:55

"저를 찾는 뉴스가 TV에서 나오는데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더라구요"

지난달 30일 밤 충남 보령시 남포면 읍내리 인근의 포도밭으로 어머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 김모(15.중3)양은 포도밭 인근을 지날 무렵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놀란 김양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이모(32.보령)씨는 김양의 목을 조르며 "반항하거나 소리치면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한 뒤 타고 가던 자전거 앞자리에 김양을 강제로 태우고 자신의 집이 있는 남포면 제석리로 향했다.

납치된 장소는 김양의 집에서 불과 300여m 떨어진 21번 국도상이었고, 제석리는 직선거리로 7㎞ 떨어진 이웃마을이었다.

이씨는 납치 당시 뒤에서 오토바이가 쫓아오자 범행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김양을 과수원으로 밀쳐내 범행을 은폐하기도 했으며, 오토바이가 지나가자 다시 자전거에 강제로 태워 이동하는 등 매우 난폭하게 굴었다.

이씨는 김양을 자전거에 태워 약 30분을 이동한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본채와 떨어져 있는 자신의 방에 감금했으며 김양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어 두었다.

'ㄱ'자 구조인 이씨의 집은 부모가 사용하는 본채와 이씨가 거주하는 사랑채로 구성돼 있으며 부모와 이씨가 각각 독립된 출입구를 이용하고 있었기에 이씨의 부모들은 아들의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김양은 경찰에서 "창문을 통해 이씨 부모들을 봤지만 이씨 부모들은 자신을 못 보았을 것"이라며 "이씨는 부모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고 진술했다.


김양은 이씨가 "조용히 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살려주겠다"고 말해 더이상 반항하지 않았고, 이씨가 제공하는 밥과 김치로 끼니를 해결하고 용변은 이씨의 감시하에 해결해야만 했다.

김양의 행방을 찾는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수색을 위해 경찰이 제석리마을까지 접근하자 이씨는 김양을 데리고 뒷산으로 잠시 피신하기도 했다.

김양은 "수색하는 경찰들을 바로 코 앞에서 보고도 '소리치면 죽여버리겠다'는 이씨의 협박에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납치에서 풀려난 지난 20일의 행적에 대해 김양은 "오후 7시께 방에서 나갔던 이씨가 1시간 정도 지나서 황급히 돌아오더니 피에 묻은 옷가지를 가방에 넣고 옷을 갈아 입었다"며 "이씨가 자전거에 태우더니 순찰차가 있고, 통곡소리가 들리는 곳을 빠져나온 뒤 집 인근의 면사무소 앞에 내려 놓고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양을 집에 데려다 주면서도 "만약 자전거를 이용해서 데려다 줬다고 하면 내가 너희 부모와 집을 잘 아니까 죽을 줄 알라"고 협박한 뒤 "경찰에서는 자가용을 타고 왔다고 진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령경찰은 21일 오후 2시55분께 충남 보령시 청라면 인근에서 김양을 납치하고 남포면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이씨를 검거해 경찰서로 호송한 뒤 정확한 사건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김준호 기자 kjunho@yna.co.kr (보령=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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