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기주택 땅만 경매해도 임차인 보증금 우선 돌려받아"
무주택 서민이 집을 임차해 확정일까지 받는 등 법적 요건을 갖춘 경우 건물 대지가 경매됐을 때 보증금을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미등기 주택의 토지가 양도된 경우 임차인은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바꾼 것으로, 무주택 서민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범위를 확대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21일 전모(39)씨 등 2명이 K은행을 상대로 낸 배당이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부동산경매 배당액을 주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고들은 다세대주택 주인 임모씨와 1997년 임대차계약을 맺고 임차한 뒤 보증금을 내고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이로써 원고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법률행위의 효력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그러나 주택과 부지의 소유자였던 임씨가 미등기 상태인 주택과 대지를 처에게 증여했고, 처는 K은행을 근저당권자로 삼아 2억4천만원 규모의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쳤다.채무담보 대지에 대해 일정 시기까지 채무변제가 안 되면 우선 변제받는 권한을 갖게 된 K은행은 이후 토지를 경매에 부쳤다. 원고들은 낙찰대금 일부를 배당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은행측은 "미등기 주택 임차인은 배당받을 권리가 없다"며 거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제3자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요건) 및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과 소액임차인은 주택과 토지가 함께 경매될 경우 뿐만 아니라 주택과 별도로 대지만 경매될 경우에도 대지를 현금으로 바꾼 금액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거용 주택에 해당하는 이상 등기를 마치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규정이 없는 한 임대차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피고가 근저당권을 설정받기 전에 원고들이 확정일자 등을 갖췄으므로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임대차가 성립된 후 임대인의 소유를 벗어난 대지에 대해서도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임대차보호법 취지에 맞게 무주택 서민을 더 보호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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