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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2 16:58 수정 : 2007.06.22 17:46

타투이스트 이랑씨. 박주희 기자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시술하면 불법행위
“그럼 의사가 문신하나요?” 문신 합법화 항변

문신. 우람한 등짝을 휘감고 있는 용 한마리가 스친다.

타투. 레게 머리를 한 젊은 여성의 팔에 새겨진 깜찍한 하트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문신하는 걸 ‘업’으로 삼고 있는 이랑(32·본명 이연희)씨는 자신을 ‘타투이스트’라고 소개했다. 문신에 짙게 배어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려고 의도적으로 ‘타투’라는 말을 쓰는 듯했다.

서울 홍익대 앞에 있는 이씨의 문신가게는 건물 밖에서 보면 도무지 뭘 하는 곳인지 알 길이 없다. 가게를 안내하는 간판이나 알림판이 전혀 없다. 건물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서 계단을 오르자, 검은색 톤으로 꾸민 감각적인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잘 꾸며놓은 카페같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야 비로소 이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짐작을 할 수 있게 할 따름이다. 가게 한 쪽에는 큰 거울이 있고 갖가지 물감병과 바늘이 달린 기계가 놓여 있다.

이씨는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공개적으로 문신시술을 하면서 문신 합법화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간판 걸고 떳떳하게 일해보고 싶어서요.”

이씨는 날마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걸으며 밥벌이를 하고 있다. 현행법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면 불법 의료행위다. 문신을 하는 한 이씨는 날마다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러한가?

이씨는 지난 6년 동안 타투이스트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아래와 같이 조목조목 예시해가며 “문신이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1. 음성적 문신의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

이씨가 최근에 거리를 돌며 세어보니 현재 홍대 앞에만 타투샵(문신가게)이 70곳이 넘었다. 문신 시술을 받으려는 수요는 날마다 늘고 있는데 불법이라는 한계 때문에 공급은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부르는 게 값이고,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휴대폰 크기 만한 문신이 20만~30만원, 손바닥 크기만한 게 30만~40만원 하는 식이다. 게다가 시술에 필요한 기계와 물감 등이 모두 음성적으로 수입된 것들이다 보니, 위험 부담까지 고스란히 문신 시술비용에 얹혀진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모든 게 ‘몰래’ 이뤄지다보니 음지에서 일하는 게 벌이 측면에서는 오히려 낫다. 소비자는 지하에 숨어 있는 가게를 알음알음으로 찾아가다 보니, 시술자의 신분을 확인할 길이 없다. 혹시 부작용이 있더라도 가게 주인이 잠적해 버리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 일부 양심없는 주인들은 ‘사고 치고 도망갈 때’를 대비해 대포폰을 쓰기도 한다.

#2. 불법으로 만들어 놓고 당국 단속 의지는?

단속? 손님 중에는 경찰관도 있다. 최근에는 드문 일이지만, 타투이스트들이 신고를 받고 나온 경찰에 붙잡혀 가는 경우가 있다. 조서를 받는 경찰도 ‘제발 들키지 말고 하라’고 귀띔해준다.

#3. 의사 이외에는 시술하지 말라고? 그럼 의사가 하는 문신?

의료법상 문신은 불법의료행위다. 결국 의사의 감독과 관리 아래 의료인이 시술해야 한다는 말이나, 문신해준다는 의사를 들어본 적도 없다. 설령 의사가 ‘문신’을 부업으로 한다고 나서면 ‘영업’이 될까? 미술 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한 문신시술을 의사에게서 받겠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를겠다. 결국 문신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4. ‘불법’ 빌미로 억울한 경우 당하기도

“문신이 불법이라는 건 아시죠?”라고 물으면 “네? 왜 불법이예요”라고 되묻는다. 젊은 손님들일수록 문신 시술이 법적으로 막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찾는 경우가 많다. 아주 일부지만, 이 불법 딱지를 쥐고 목을 죄어오는 경우가 있다. 문신시술을 받은 뒤 일부러 관리를 하지 않아 부작용을 일으킨 뒤 신고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수백만원을 쥐어줘야 조용해진다. 주변에 그렇게 당하는 타투이스트들이 꽤 있다.

타투이스트 이랑씨가 22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문신합법화를 요구하며 문신 시술을 하다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그도 문신 합법화에 반대하는 쪽에서 단골로 들고나오는 메뉴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 안 되는 돈 아끼려고 썼던 바늘을 또 쓰는 양심없는 이들이 있어요. 그 때문에 위생문제나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거죠.”

이런 우려 때문에라도 문신은 합법화돼야 한다고 주장을 이어간다. “미국처럼 타투이스트가 되려면 당국에서 정한 위생교육을 받도록 하면 됩니다. 영업장을 등록한 뒤 정기적으로 위생검사도 받도록 하는 거죠.”

이씨는 오는 26일부터 제주를 출발해 서울까지 걸을 계획이다. ‘타투 합법화 염원을 담은 국토종단’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은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문신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고 싶어서다.

“거창한 예술가로 인정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더 이상 죄짓듯 숨어서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궁금했지만, 가게를 나서면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실제로 손님 중에 조폭들이 있나요?”

“여기선 타투이스트인데 그런 분들은 우리를 ‘뜨쟁이’라고 부르죠. 그런 분들은 이 쪽 동네를 찾지 않아요. 홍대 앞에는 학생, 주부, 회사원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주로 찾아요.”

〈한겨레〉온라인뉴스팀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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