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2 18:34
수정 : 2007.06.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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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1 경쟁 뚫고 은행원 된 새터민 조현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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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1 경쟁 뚫고 은행원 된 새터민 조현성씨
세련된 서울 말씨를 썼지만 간혹 북한 악센트가 묻어나왔다. “은행 일을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으니 통일 뒤에는 북한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고 싶어요.”
올해 기업은행 상반기 공채에서 1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한 새터민(탈북자) 조현성(26·사진)씨의 꿈이다.
“북한에도 은행이 있긴 해요. 조선중앙은행 지점들이 있는데, 북한 사람들은 은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예금을 강제로 하는 경우가 흔하고 돈을 찾을 때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니까요. 한국의 은행은 북한 은행과 시스템이 달라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기업은행의 채용설명회를 듣고 지원하게 된 거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은행에 입사하기까지 조씨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조씨가 한국으로 온 것은 지난 1998년. 1년 전 국경을 넘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18살의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두만강을 건넜다고 한다. “아버지는 탈출 경로를 알아보겠다고 길을 나섰는데 소식이 끊겼어요. 저 역시 아버지를 따라 국경을 넘었다가 돌아오는 길에 체포됐고,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탈출했죠. 다행히 아버지를 만나 이듬해 11월 한국으로 왔습니다. 2001년에는 어머니와 동생까지 온 가족이 남쪽으로 왔어요.”
1999년 8월 고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그 해 11월 연세대 경제학과에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대학생활 때는 남태평양 피지에 6개월간 자원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워킹홀리데이로 연수를 다녀오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조씨는 “은행원으로 새 삶을 살면서 일단 영업맨으로 인정받고 싶고 기업은행을 북한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살아왔던 곳과 완전히 다른 직업과 환경을 선택하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도전 정신과 열정이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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