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22 19:56 수정 : 2007.06.22 19:56

전남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때 다친 중국인 쉬라이(31)가 최근 재입국해 경남 외국인노동자상담소 쉼터에 머물고 있다. 그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치료위해 재입국하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부상자들

기억력 감퇴·대인기피…‘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시달려
2년이상 치료 필요…“법무부 치료약속 저버리진 않겠죠”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어렵게 잠들어도 뜨거운 불길에 휩싸이는 악몽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요.”

지난 2월11일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때 목숨은 건졌으나 부상당한 몸으로 고국에 돌아갔던 중국인 쉬라이(31)가 최근 치료를 받으러 재입국했다. 병간호를 위해 누나 쉬칭런(36)도 함께 왔다.

그는 화재로 다친 이주노동자 16명 가운데 하나다. 그가 갇혀 있던 여수외국인보호소 304호에서는 8명 가운데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그는 현재 경남 외국인노동자상담소 쉼터에 머물며 치료를 받고 있다.

“다시는 그때 일을 생각하기 싫다”며 만나기를 꺼리는 그를 어렵게 설득해 22일 마주 앉았다. 대화 도중 간간이 기침을 하는 것을 빼면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다.

“눈만 감으면 불타는 모습이 보여요. 머리가 계속 아프고, 기억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요.”

1차 진료를 했던 서울 강남성심병원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2년 이상 적극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진료 중인 창원 파티마병원 쪽도 “유독가스에 노출됐기 때문에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놨다. 이철승 경남 외국인노동자상담소장은 “심각한 대인기피 증세를 보인다”며 “라이터불만 봐도 깜짝깜짝 놀랄 만큼 불에 매우 민감한 상태”라고 말했다.

부상당한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쉬라이는 “부상자들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 모두 후유증이 심해 13명은 치료를 받으러 곧 한국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전력으로 재입국이 거부된 2명을 뺀 부상자 모두다.


법무부는 지난 4월 ‘현지에서 후유장애 진단서를 받으면 재입국을 보장하고 치료비와 입국 항공료를 지원한다’는 양해각서를 맺은 뒤 이들을 출국시킨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쉬라이에게 아직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쉬라이는 치료비를 후불로 치르기로 하고 치료받고 있다. 숙식은 물론 의료진과 원활한 소통을 위한 통역 등도 경남 외국인노동자상담소의 도움을 받고 있다. 양해각서상 그와 누나의 체재비는 아예 지원되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정을 알아본 뒤 곧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하나뿐인 아들을 믿으며 고향에서 농사짓고 계시는 부모님께 그렇게 약속하고 왔거든요.” 쉬라이는 ‘코리안 드림’은 잃었지만, 그래도 한국 정부에 대한 마지막 기대는 잃지 않고 있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