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 (평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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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여성들 국수가게 사장으로 ‘제2인생’ |
경기도 평택 송탄기지촌 출신 여성들이 국수가게 사장님으로 '제2의 인생'을 가꿔가고 있다.
기지촌 주변 술집 등에서 평생을 미군을 상대로 영업하며 살아 온 문정자(60) 씨와 또다른 기지촌 여성(60)이 24일 평택시 평택동 평택역 근처에 '천냥 국수 한그릇'이라는 국수 가게 문을 열었다.
사회자선운동단체인 천주교 수원교구 한마음운동본부가 시행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사업'(무담보 소액대출)의 도움을 받아 국수 가게를 낸 이들은 "꼭 성공해 같은 처지에 놓인 기지촌 여성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30년 넘게 기지촌 여성으로 살아온 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된 것은 지난해 가을 수원교구 홍창진 신부가 기지촌을 찾아와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고 격려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기지촌 여성의 삶'이 아닌 다른 식으로 돈을 번 경험이 없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던 이들은 지난 3월 도움을 청했고 한마음운동본부는 소자본창업 아이템으로 천원짜리 국수 가게를 제안, 1천600만원을 10년간 장기 대출해줬다.
지난 4월 한달간 일주일에 두번씩 안양의 국수 가게와 수원교구청을 오가며 '혹독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고 조그만 국수 가게(8평)를 연 이들은 이젠 잔치국수, 열무국수, 냉국수, 비빔국수 등 모든 메뉴를 자신있게 손님에게 내놓을 수 있게 됐다.
한마음운동본부 관계자는 "송탄기지촌에는 삶의 희망조차 잃고 사는 40~60대 기지촌 여성들이 아직 많다"며 "새 삶을 살고 싶어도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회의 관심과 도움 속에 국수 가게 사장님으로 첫 발을 내디딘 문 씨는 "삶의 뿌리를 내린 송탄에서 처지가 같은 언니, 동생들과 함께 '신당동 떡볶이 골목'과 같은 먹자골목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 (평택=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 (평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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