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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4 13:42 수정 : 2007.06.24 13:42

북한군에 부친 잃은 정읍시 권철환씨

"나라 위해 일하신 아버지의 명예회복과 호적정리가 소원입니다"

전북 정읍시 고부면 백운리 운용마을 권철환(69)씨는 한국전쟁 때 경찰정보원이던 아버지가 북한군에 의해 숨졌지만 오히려 '빨치산의 자식'으로 몰려 한 평생을 살았다.

13세 가장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면서 아버지의 사망에 관한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연좌제'의 멍에는 어머니와 3형제는 물론 자녀까지 괴롭혔고 결국 호적정리도 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33세에 홀로 된 어머니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강제노동 후 고향에 돌아온 아버지가 6.25 때 북한군에게 끌려가 '경찰비밀요원'이라는 이유로 처참하게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아들들에게 말했다.

권씨와 가족들은 그러나 전쟁 뒤 진상파악 과정에서 '백운리 일대가 북한군과 빨치산의 주요 활동지였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빨치산 활동자'로 분류되는 바람에 평생 '연좌제'의 굴레 속에 살았다.

다행히 당시 정읍방위군 고부중대 선임장교였던 은모(80)씨 등 3명이 최근 "고부면 백운리 출신의 빨치산들이 1950년 12월3일 밤 '방위군 비밀첩보대원 권남식'을 납치해 죽였다"고 증언했고 마을 주민들도 이를 확인해 억울함을 벗을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했다.

자료 덕분에 권씨는 최근 '6.25남침 피해유족회(회장 백한기)'에도 가입할 수 있었고 이에 힘을 얻어 국가보훈처와 법원에 신원 및 명예회복을 청원하러 다니느라 분주하다.

그는 "나이도 어리고 먹고살기 바빠 아버지의 사망 호적조차 제대로 정리 못 한 게 평생 한(恨)으로 남았다"며 정확한 사망경위를 밝히고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마저 날릴까 봐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생전에 했던 '나라를 위한 비밀 활동'을 확인해 줄 몇 안 되는 분들의 건강이 악화하였기 때문이다.

권씨는 "가슴앓이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영문도 모른 채 좌익의 멍에 속에 살아온 가족들에게 '자랑스런 보훈 자손'이라는 명예를 돌려주도록 노력하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영수 기자 kan@yna.co.kr (정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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