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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개통된 케이티엑스(KTX)가 힘차게 달리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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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생활권’ KTX 되레 지역균형 역효과 불러
부유층 중심으로 교육·문화·의료 집중화 심화
대전 대학들 ’수도권 통근’ 교수 2배로 늘어
“서울 큰 병원 가는데 2시간도 안걸려요.”
이아무개(63·여·대전시 서구 둔산동)씨는 지난해부터 한달에 1번씩 서울 ㅎ병원을 찾아가 진료를 받는다. 이씨가 ‘대전지하철~고속열차~서울지하철’을 이용해 병원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50분 정도다. 그는 2000년 봄부터 고혈압과 당뇨 증세로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고속열차가 개통된 뒤에는 서울사는 딸의 권유로 병원을 옮겼다. 그는 “교통비가 더 들긴 하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아무개(37·대구시 수성구 사월동·주부)씨는 지난 주말 대구에서 케이티엑스를 타고 서울의 대학 친구들 모임에 참석했다가 밤 늦게 내려왔다. 그는 “예전에는 서울 갈 엄두를 못냈는데 고속열차 덕분에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러 서울 나들이가 잦아졌다”고 말했다.
고속열차 개통 3년이 지나면서 교육·의료·문화 등 절대 우위에 있는 서울이 지방의 인력과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이 점차 뚜렷해 지고 있다. 시속 300㎞의 속도 혁명이 가져온 역효과인 셈이다.
특히 서울과 1시간 생활권인 충남 천안·대전은 ‘서울시 천안구’, ‘대전구’로 불리며 부유층과 지식층을 중심으로 의료, 거주에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의료보험공단이 집계한 대전 거주자의 서울 요양기관 진료 현황을 보면, 고속철도가 개통된 2003년 5만7196명에서 2005년에는 6만5524명으로 1만여명 가까이 늘었다. 진료비도 260억4226만원에서 315억1267만원으로 증가했다. 대전은 완만한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독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전출이 전입보다 많다. 대전에서 서울로 이사간 순 인구(전출자-전입자)는 2004년 2085명에서 2006년 2941명으로 늘었다. <한겨레>가 대전의 2개 대학 전임강사 이상 교수들의 출퇴근 현황을 조사했더니, ‘가’ 대학은 2004년 199명 가운데 12명(6.03%)이 서울에서 출퇴근을 했으나, 지난달 말에는 249명 가운데 33명(13.25%)으로 늘었다. ‘나’ 대학도 2005년 252명의 교수 가운데 수도권 거주자는 30명(11.9%)이었으나 현재는 269명 가운데 53명(19.7%)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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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정기권 이용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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