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5 19:16
수정 : 2007.06.25 22:13
“시한 얽매이지 않겠다”던 김현종 본부장 어제 방미
‘서명 이전협상종료’ 미국쪽 요구 밀려 사실상 재협상
정부가 30일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마무리짓자는 미국 요구에 밀려 25일(현지시각)부터 27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2차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 수석대표는 25일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대책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위해 이날 미국을 방문했다”며 “정부는 김 본부장의 방미 결과를 확인하고 검토한 뒤 최종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김 대표가 지난 21~22일 서울에서 1차 재협상이 끝난 뒤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미국 제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대응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이다. 1차 재협상 뒤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양국 정부가 30일 협정문에 서명할 때까지 미국의 일곱 가지 추가 제안이 협정문에 반영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미국법 일정에 따른 협정 서명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협정문 서명 시한이 30일로 되어 있는 이유는,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통상협상 권한을 위임하는 규정인 ‘무역촉진권한(TPA)’이 이날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김종훈 대표는 “양쪽이 무난한 협의를 거쳐 30일 이전에 타결해 협정문에 반영하는 것과 30일 이후로 넘어가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며 “후자의 경우 미국 의회 안에서 여러 가지 다른 형태의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부담이 있어 좋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어쨌든 협정 서명식은 기존 협정문에 대한 추가 협의 반영 여부와 관계없이 30일 워싱턴에서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고 서명식이 이뤄지면 협정문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협상단은 지난달 10일 의회와 합의한 ‘신통상정책’에 따라 노동과 환경, 의약품, 필수적 안보, 정보 조달(노동 관련), 항만 안전, 투자 등 일곱 분야에 대한 수정 제안을 던져 재협상이 벌어지게 됐다. 미국이 수정 제안한 일곱 분야를 협정문에 반영하려면 지난달 25일 양국 정부가 공개한 기존 협정문의 보완뿐만 아니라 일부 조항의 수정과 삭제도 필요해, 정부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 재협상이다. 현재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통상절차 규정’에 따르면, 대외 통상조약에 큰 변화가 있을 경우 관련 부처들간 협의는 물론, 국내 이해 당사자나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안 그래도 낌새가 이상했는데 우리 협상단이 결국 못 버티고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30일 안에 타결짓기 위해 재협상장에 끌려 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추가협상’이니 ‘재협상’이니 말장난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미국이 불러준 대로 협정문을 받아 적는 게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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