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6 08:07
수정 : 2007.06.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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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면 대접이 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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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목소리 높여 따져야 대접이 달라지는 세상
고객들 ‘입소문’ 무서운 업체들 입막음용 혜택 ‘술술’
서비스해지한다면 연회비 면제·요금할인·사은품까지
회사원 장아무개(32·여)씨는 지난 2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에 가입하려고 ㄷ증권사의 서울 마포지점을 찾았다. 종합주가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인기가 높은 상품이어서 대기자가 30명이 넘었다. 장씨는 오후 1시40분까지 줄을 서야 했다.
이때 10분 남짓 기다리던 중년 여성이 창구 직원에게 “이 바쁜 시간에 창구 직원을 2명만 배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 여성은 ‘조용히’ 귀빈실로 안내됐다. 20분을 더 기다려서야 상품 가입을 끝낸 장씨는 “군소리 없이 기다린 내가 바보”라며 “까다롭게 따져야 손해 안 보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뭐든 목소리를 높여야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이런 양상은 서비스업체에서 점점 심해지고 있다. 비슷한 업체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소문’을 무서워하는 업체들이 목소리 높은 손님에게 입막음용 혜택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 노아무개(25)씨는 최근 ㅂ패밀리레스토랑에 갔다가 공짜로 맥주 500㏄ 5잔을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얻었다. 그가 주문한 세트메뉴 가운데 샐러드가 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나오지 않아 화를 냈더니 업체 쪽에서 사과와 함께 쿠폰을 준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조그만 불편이라도 ‘따지는’ 습관이 생겼다. 놀이공원, 영화관, 애프터서비스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한다.
손님 유치가 수익과 직결되는 사업에서는 전화 한 통화면 혜택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치과의사 이아무개(33·여)씨는 2005년 병원을 열면서 ㅎ은행에서 2억원을 대출받았다. 변동금리 5%대에서 돈을 빌렸는데, 3개월마다 바뀌는 금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7%를 넘어섰다. 올해 초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은행이 있어 대출 은행을 바꾸려 했더니 ㅎ은행은 금리를 1% 넘게 깎아주며 이씨를 붙잡았다. 전화 한 통에 월 10만원 이상을 아낀 이씨는 ‘좀더 빨리 전화했더라면 …’ 하고 후회했다.
회사원 윤아무개(30·여)씨는 ㅅ은행 고객센터에 “연회비 때문에 카드를 해지해야겠다”고 전화한 뒤 연회비를 면제받기도 했다. 초고속 인터넷이나 케이블 텔레비전 업체 등도 “해지하겠다”는 한마디에 이용요금을 깎아주거나 사은품을 보내주는 일이 다반사다.
소비자시민모임의 김자혜 사무총장은 “법·제도적으로 규정이 완비되지 않아 소비자가 불만을 얘기해야만 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자세하고 투명한 규정을 마련해 모든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공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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