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26 14:43 수정 : 2007.06.26 14:43

‘한국전쟁’에 대한 반란. 한겨레 블로그 타고르

6ㆍ25를 한반도를 벗어난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전쟁(The Korean War)이라고 부르는 것은 굳이 우리가 간여할 문제도 아니고 어쩌면 자연스런 명명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에서도 덩달아 그렇게 부르는 일이 흔하게 됐다. 그냥 숫자 조합으로 '6ㆍ25'라고만 하기도 그렇고, '6ㆍ25 사변'이라는 것도 '6ㆍ25 남침' 등의 표현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북괴의 남침으로 시작된 민족상잔의 비극적 전쟁' 등으로 넉넉한 친절을 베푸는 것은 좋으나 사실 여러 복합적 요인에 의해서 일어난 분쟁에 대한 성격까지 미리 규정한 과도한 친절이라는 반발을 사기도 할 것이다. 한국전쟁을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이런 혼란에 대하여, 교육부는 근ㆍ현대사 관련 용어의 혼선을 막자는 뜻에서 2004년 4월 확정된 교과서 편수용어를 공개하면서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의 전쟁을 '6ㆍ25 전쟁'으로 쓸 것을 권고했다. '6ㆍ25 전쟁'이 얼핏 보기에 나무랄 데 없는 깔끔한 표현처럼 보이나,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 등을 감안하여 우선 말썽이나 피하고 보자는 식이어서 역시 부족한 느낌이 든다.

거기다 실은 '6ㆍ25 전쟁' 보다는 '한국전쟁'이라는 말에 우리가 더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6ㆍ25를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데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한국전쟁이라면 먼저 한국땅에서 일어난 전쟁이라는 포괄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전(Civil War)일 경우에도 그렇게 부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일으킨 침략전쟁. 한국의 역사에 있었던 모든 전쟁 혹은 역사를 통틀어 대표적인 전쟁. 때로는 한국이라 하면 전쟁부터 떠오르는 호전적인 민족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광고에 크게 공헌할 것이다.


역사 속 이성계의 군사반란을 '위화도 회군'이라 하고, 일본의 조선침략을 '임진왜란'이라 부른 것은 숫자와 일반명사의 조합인 '6ㆍ25 전쟁'에 비하면 훨씬 묘미가 있다. '임진왜란'을 '조선전쟁'이라고 부른다고 가정해보자. 제3자가 볼 때 조선땅에서 일어난 어떤 전쟁인지, 조선이 일본이나 주변국을 침략한 전쟁이었는지조차 혼동을 부르게 될 것이다. 임진왜란을 조선전쟁이라 부르는 것이 천부당만부당 한 것처럼 6ㆍ25를 한국전쟁이라 칭하는 것은 골빈 사람들이나 쓸 부적절한 용어임에 틀림없다.

'6ㆍ25 전쟁'은 본의는 아니더라도 전쟁기념일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6월 25일의 일진이 사나워 그런 국난을 겪게 되었다는 듯한 늬앙스도 풍긴다. 한국전쟁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의 자랑스런 반만년 역사를 거역하고 조롱하는 듯한 자학의 모습을 담고 있다. 6ㆍ25 는 이데올로기의 제물이 된 국제적 대리전의 성격이 다분하고, 한반도 내부의 내전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복합적인 전쟁이었다. 그러므로 6ㆍ25 전쟁이나 한국전쟁이란 용어는 그날의 의미나 교훈을 담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 한국전쟁이라는 말로 영구히 고착화되기 전에 그냥 '남북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외국인은 The War in Korea, The Korean War. 우리는 남북전쟁, War between the North-South.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