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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캄포트 헌병대 네악 든(38) 중위가 26일 오후 캄포트주 스랄리우면 트레베앙 플레앙리 지역에서 항공기 추락 현장으로 추정되는 콤차이산을 손으로 가리키며 수색작업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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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박종식 기자 캄보디아 수색현장 1신
추락추정 콤차이산 밤새 폭우로 길 사라져
수색대 “찾을때까지 하산 말라 했다”‘살아있을까’ 실낱희망 승무원 아버지 먼산만
“아! 휴대폰이 울렸다.”
그러나 주인은 받지 않았다. 혹시 엄청난 추락의 충격을 딛고 살아 있지만 기력이 없어 못 받는 것은 아닐까? 생존의 기적을 바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애가 끓는다.
한국인 관광객 13명을 태운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26일 오후 사고 현장 인근 캄포트의 상황실을 찾은 훈 센 캄보디아 총리를 만나고 나온 신현석 주캄보디아 대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신 대사는 “탑승자인 윤현숙씨의 휴대전화는 지금도 울리고 있지만 받지 않고 있다”며 “휴대전화 위치는 사고 지점으로 추정되는 네 곳 가운데 한 곳”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쌍둥이 아들 하나만을 친정에 맡겨두고 가족여행을 간 <한국방송> 조종옥 기자의 부인이다.
항공기가 추락한 지점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곳은 캄포트에서 30㎞ 정도 떨어진 시아누크빌과 캄포트의 중간 산악지역으로, 주민이 살지 않는 두메다. 신 대사는 “이 휴대전화가 시아누크빌과 캄포트 중간 산악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80% 정도이고, 이곳은 사고 비행기가 시아누크빌 관제탑과 마지막으로 통신을 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캄포트와 프놈펜을 잇는 3번 국도의 캄포트에서 40㎞ 정도 떨어진 코슬라지역. 물웅덩이가 길을 막는 비포장도로를 20㎞쯤 달려가면 스랄리우면 트레베앙 플레앙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밀림을 헤쳐 40㎞를 더 들어가야 캄보디아 정부가 가장 유력한 추락지점으로 추정하고 있는 콤차이산 틸란모로이~스텅키브 구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26일 오후 5시께 캄보디아 수색대 군인 50여명을 만났다. 이들은 전날 이맘때쯤 1인당 생수 2병, 쌀 약간, 타이식 라면 3~4개를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었다. 네악 든(38) 중위는 깊은 산속을 가리키며 “찾을 때까지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는 수색 지침을 기자에게 전해줬다. 그가 가리킨 산을 향해 진창길을 40여분 걸었다. 달구지를 끌던 소 두 마리가 물에서 허우적거렸다. 길은 있었지만 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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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끔싼(44) 캄보디아군 헌병대 대위가 26일 오후 캄포트 쓰랄리우면 뜨레베알 플레앙리에서 수색대의 현황을 표시한 상황판으로 보며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캄포트/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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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포트 헌병대 대장 섬 큼산(44) 대위는 “수색대는 지금 밥도 못 먹고 있다”고 말했다. 여객기 추락 추정지역인 콤차이산에는 25일 저녁 5개의 수색대가 투입됐다. 수색대는 밤새 쏟아진 폭우를 견디며 밀림에서 숙영을 했다. 26일 오후 찾아간 캄포트 헌병대 상황판에는 5개 수색대의 위치와 수색 거리가 적혀 있었다. 트레베앙 플레앙리에서 올라간 제1수색대는 첫날 16㎞를 전진했다. 하지만 제2수색대는 하룻사이 겨우 3㎞밖에 전진하지 못했다. 제3수색대는 6㎞. 수색대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2년 전부터 부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김영태(44)씨는 “사고가 난 25일 수색대를 따라서 임도로 산속으로 들어갔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산속의 나무꾼들이 ‘비행기가 아주 낮게 날면서 꼬리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조금 있다가 폭발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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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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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을 칼로 치고 들어가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그들이 살아 있을지 잘 모르겠다.”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 노웅 콘티에(50) 중위 뒤로 앰뷸런스 6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5개 수색대의 무전은 이날 오후 2시30분 교신을 마지막으로 끊어졌다. 무전기 배터리가 모두 떨어진 탓이다.캄포트/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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