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70대도 60년만에 친누나 만나
수십년 동안 부모형제의 생사조차 모른 채 살아왔던 절도범과 무연고자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가족과 극적으로 만나게 됐다. 28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25일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치다 붙잡힌 박모(53)씨를 조사하던 중 박씨로부터 딱한 사연을 듣게 됐다. 어린시절 고아원에서 자라 50년 동안 부모생사조차 모를 뿐더러 주민등록번호도 없어 제대로 사회생활을 못한다는 것.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된 경찰은 박씨에게 '개과천선'의 대가로 주민번호와 함께 부모를 찾아주기로 결정하고 박씨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고아원 등에 박씨 부모의 소재를 수소문했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일이라 박씨 관련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았고 경찰은 박씨가 외워둔 부모의 이름과 '아버지가 군인이었다'는 단 한가지 기억에 의존해 국가보훈처에 박씨 부모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다행히 6.25 참전용사였던 박씨 아버지의 기록이 남아있다는 보훈처 통보를 받은 경찰은 각종 전산망을 통해 박씨 부모의 소재를 찾아나섰고 박씨 어머니(70)가 서울 은평구 석촌동에 홀로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50년만에 가족을 찾게 된 순간이었다. 박씨 부부는 6.25 이후 극심한 생활고로 박씨 등 자녀 2명을 고아원에 맡겼지만 이후 찾을 여력이 없었고 남편을 잃고 홀로된 박씨 어머니는 지금까지 아들의 기억을 가슴 속에 묻은 채 살아왔다. 박씨 어머니는 현재 생활고에 지병까지 겹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지만 경찰은 50년만의 모자 상봉을 위해 28일 오후 박씨 어머니를 직접 경찰서로 모셔와 아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경찰관계자는 "박씨가 친어머니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며 "어머니와 상봉 뒤 유치장에 수감될 박씨를 생각하니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무연고자로 복지시설에 수용돼 있던 70대 노인도 경찰의 도움을 받아 60여년만에 친누나를 만나게 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최근 관내 사회복지시설 일제점검을 벌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S복지시설에 수용돼 있던 김모(75)씨가 1999년 뒤늦게 호적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알게 됐다. 1990년 복지시설에 입소한 김씨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 탓에 새로운 인적사항으로 호적과 주민번호를 갖게 됐고 이같은 사정을 전해들은 경찰은 김씨에게 원래 주민번호와 함께 혈육을 찾아주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우선 김씨 지문을 채취해 예전 주민등록번호를 찾아냈고 호적부 열람 등을 통해 김씨 누나(80)가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김씨 누나는 노환으로 몸을 좀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경찰은 김씨를 데리고 춘천으로 향해 60여년만의 남매상봉을 이뤄냈다. 어린시절 부모를 여읜 뒤 뿔뿔이 흩어졌던 고아남매의 극적인 만남이었다. 경찰관계자는 "김씨는 어린시절 부모님을 여읜 뒤로 열살 때 누나와도 떨어져 어렵게 혼자 살아왔다"며 "늦게나마 혈육을 찾게 됐으니 남은 여생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느냐"며 흐뭇해했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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