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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8 15:14 수정 : 2007.06.28 15:50

분향소 설치= 28일 오전 캄보디아 캄포트 산악지대에서 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프놈펜 깔멧병원에서 현지 교민들이 분향소를 정리하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아들·며느리 하나만 살았어도 아이를 돌볼텐테…”
숨진 조종옥 기자 어머니 박정숙씨 인터뷰

“분향소는 잘 만들어져 있던가요?”

메콩강을 등지고 앉아 불경을 읽고 있던 박정숙씨가 안경을 벗으며 물었다. 마른 어깨가 처져 있었다. 두 손으로 눈자위를 한참이나 무겁게 눌렀다. 28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캄보디아나호텔에서 만난 박씨는 지난 25일 캄보디아에 추락한 여객기 탑승자인 고 조종옥 <한국방송> 기자의 어머니다. 박씨는 이번 사고로 아들과 며느리인 고 윤현숙씨, 두 손자를 한꺼번에 잃었다.

“며느리가 여름휴가를 냈다며 제가 살고 있는 대구로 내려온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런게 거길 왜 갔는지 모르겠네요.” 박씨는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아들만 비행기에 타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기자인 아들이 또 출장을 갔으려니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 거기서 며칠 쉬다가 대구로 오려는 모양이었나 본데요.” 박씨는 불경을 접어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고 조종옥 <한국방송> 기자.
“종옥이가 똑똑했는데 왜 그 비행기를 탔을까. 학교 다닐 때도, 회사 가서도 비행기 참 많이 탄 아이였는데….” 박씨는 아들 일행과 함께 관광을 갔던 유아무개씨 일행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 사고를 피했다는 말을 듣고는 가슴을 쳤다. “어제 호텔 로비에서 인터넷으로 사고 기사를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유씨가 그러는거에요. 자기도 그 비행기를 타려 했었다고.” 유씨는 ‘이 비행기는 너무 위험한 거 같다’라며 일행이 탑승을 말려 육로로 관광을 했다고 박씨는 전했다. “비행기만 안 탔어도, 똑똑한 종옥이가 비행기만 안 탔어도….” 박씨는 그게 너무 안타깝다.

“한국으로 가기 전에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이 떨어진 곳에서 위령제라도 지내면 좋으련만 밀림지대에 접근이 힘들어서 그것도 어렵답니다.” 불교신자인 박씨는 아들이 마지막 숨을 몰아쉰 곳에 가지 못하는게 못내 아쉽다. “분향소 가서 쓰러지면 안되니 밥이라도 잘 먹어야 하는데 그게 넘어가야지 말이죠.” 박씨가 무릎을 손으로 짚고 힘겹게 일어섰다.

“아들이나 며느리, 둘 중 하나만 살았어도 남은 아이를 돌볼 수 있을 텐데….” 박씨는 2시간 뒤 프놈펜 깔멧병원에서 아들과 며느리, 손자를 만난다. 프놈펜/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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