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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캄보디아 프놈펜 깔멧병원에 차려진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프놈펜/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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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씨탓 주검훼손…처참한 모습에 충격, 오열
영정 속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고 있었다. 그 앞에서 가족들은 목을 놓았다. 28일(이하 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 칼메트병원 영안실 앞마당에는 지난 25일 캄보디아 밀림 지역에 추락한 여객기의 한국인 탑승자 13명을 위한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오후 1시37분께 분향소에 도착한 유족들은 돌아오지 않는 망자들의 시신 앞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관광 안내를 맡았던 박진완(34)씨의 동생 준완씨는 유족을 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분향소로 달려가 형의 영정을 끌어안고 쓰러졌다. <한국방송> 조종옥(36) 기자의 장인은 딸과 사위, 손자들의 얼굴을 차마 더이상 대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피붙이의 영정 사진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면서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숨진 이명옥(28)씨의 어머니는 “산 속에서 얼마나 무서웠니? 엄마를 데려가야지, 왜 불쌍한 내새끼를… 왜 혼자갔어”라며 함께 온 딸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분향소에 오기 전 <한겨레> 취재진과 만나 “분향소에서 아들을 보고 쓰러지면 안될텐데…”라며 애써 힘을 내던 조 기자의 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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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캄보디아 프놈펜 깔멧병원에 차려진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족이 영정을 끌어 안은 채 오열하고 있다. 프놈펜/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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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가량 이어지던 낮은 곡소리는 유족들이 국화꽃을 영정 앞에 하나씩 바치면서 울부짖음으로 변했다. 이어 주검의 신원을 확인하는 순서. 가장 먼저 주검을 살피고 온 이충원(47)씨의 동생은 처참한 모습에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주변에선 한국으로 돌아가 좀더 나은 여건에서 신원확인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고도 나왔다. 하지만 유족들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가족별로 대표 한명씩을 뽑아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부장과 함께 주검을 살펴봤다. 주검들은 화물용 컨테이너에 에어컨 4대를 달아 만든 임시 시신보관소에 안치돼 있다가 이날 유족들의 신원확인을 위해 관에 넣어져 컨테이너 밖에 나란히 놓였다. 더운 날씨 탓에 급속히 훼손된 주검들은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검이 자신의 피붙이인지 반신반의하던 유족들은 머리맡에 놓인 검은 비닐봉지에서 사고 당시 입고 있었던 옷을 꺼내 보고서야 “내 자식이 맞다”며 또다시 울부짖었다.
주검을 확인한 가족은 다시 분향소로 돌아와 나머지 가족들과 끌어안고 쓰러졌다. 일부 유족들은 여객기가 떨어진 현장에서 위령제를 지내자는 의견을 내놨지만, 밀림 접근이 어렵다는 얘기에 마음을 접어야 했다. 주검과 유족들은 29일 밤 11시20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비극의 땅 캄보디아를 떠난다. 프놈펜/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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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캄보디아 프놈펜 깔멧병원에 차려진 캄보디아 항공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현지 교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프놈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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