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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혐의로 구속된 백아무개씨가 2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성내동 강동경찰서에서 50년 만에 만난 어머니 이흥순씨에게 큰절을 올리자, 이씨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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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도움으로 50년만에 어머니 만난 절도범
빚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배고파 도둑질…17년 복역
“닭도리탕 해주고 싶은데…” “어째… 어째….” 28일 오후 2시께 서울 강동경찰서 2층 회의실. 40여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아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 껴안은 채 눈물만 흘렸다. 아들은 목이 메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 모양으로만 겨우 ‘엄마’, ‘엄마’를 되풀이했다. 어머니도 가슴을 툭툭 치며 알아듣지 못할 “어째…”라는 소리만 반복했다. 어머니와 아들은 강동경찰서의 도움으로 이날 극적으로 상봉했다. 경찰은 지난 25일 한의원에서 돈을 훔친 혐의로 잡혀온 백아무개(51)씨의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과 호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준 강력2팀장은 “백씨가 교도소에서 중장비 운전면허와 미장·타일 등 7개 자격증을 땄는데도 주민등록증 등이 없어 자격증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받도록 해 살 길을 마련해주면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이 팀장은 백씨에게 호적 등을 만들어주면서 어렵게 어머니를 찾았다. 백씨가 기억하고 있는 부모의 이름과 아버지가 군인이었다는 것에 착안해 국가보훈처에 백씨의 부모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아버지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여러 전산망을 통해 백씨의 어머니가 홀로 살고 있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러버린 뒤였다. 아들은 이미 쉰살이 넘었고 어머니 이흥순씨는 70살 할머니로 변해 있었다. 어머니는 8년 전 중풍이 와 기억력이 좋지 않고, 아들은 헤어질 당시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언제 헤어졌는지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7~8살께 아버지의 빚 때문에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것을 어렴풋이 떠올릴 뿐이다. 백씨는 “사흘 굶으니까 앞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어릴 적 고아원 원장의 성을 이어받아 ‘박아무개’로 불렸고, 호적도 주민등록증도 없이 살아왔다. 16살이던 1972년 남의 금품을 훔치기 시작해 어느덧 전과 14범에 교도소에서 머문 시간만 17년이었다. 학교는 다녀본 적도 없고 한글도 교도소에서 배웠다. 한 시간의 짧은 만남이 끝날 무렵, 어머니는 아들이 죄를 지어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는 줄도 모르는지 “얘가 지금 어디 가야 하나? 닭도리탕을 해주고 싶은데…”라고 말해 또 한번 아들의 눈을 젖게 했다. 백씨는 “세살 아래인 동생도 찾고 싶다”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어머니 모시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무연고 70대도 60년만에 누나 만나 한편, 무연고자로 복지시설에 수용돼 있던 김아무개(75)씨도 서울 서초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60년 만에 누나를 만났다. 서초서는 최근 관내 사회복지시설을 점검하다 김씨의 호적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누나(80)를 찾아 지난 27일 강원도 춘천에서 만남이 이뤄지도록 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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