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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인도네시아인 노동자 헬미·와르토·모스토파(오른쪽부터)씨가 지난 20일 영문도 모른 채 한국인에게 두들겨 맞아 전치 9~10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양산 외국인노동자의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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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건방지다” 각목 휘둘러
공동묘지에 밤새 숨어있다 입원
국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인도네시아 노동자 세명이 “건방지다”는 이유로 한국인에게 두들겨 맞아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어가 서툴러 자신들이 왜 맞아야 하는지도 몰랐고, 쫓겨날까 봐 반항하지도 못했다.
지난 20일 오후 5시30분께 경남 양산시 ㄷ산업 기숙사 앞에서 이 회사에 근무하는 헬미(27)·와르토(29)·모스토파(27)씨 등 세명이 이아무개(43)씨에게 주먹과 각목 등으로 두들겨 맞아 팔이 부러지는 등 각각 전치 9~10주의 중상을 입었다.
올해 초부터 ㄷ산업에서 산업연수생으로 근무하던 이들은 이날 외출을 했다가 함께 걸어서 기숙사로 돌아가던 도중 트럭을 몰고 가던 이씨를 만났다. 이들의 얼굴을 알고 있던 이씨는 이들에게 “회사까지 태워줄 테니 트럭에 타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이씨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갔다.
회사에 도착한 이들은 먼저 와서 기다리던 이씨한테 “건방지게 어른 말을 무시했다”는 야단을 들었다. 모스토파가 어리둥절해서 담배를 피우자 이씨는 더욱 야단을 쳤고, 이들은 이씨가 왜 화를 내는지도 모른 채 기숙사로 들어갔다.
잠시 뒤 이씨는 이들을 기숙사 앞으로 불러내 각목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팔이 부러지고 피가 튀었지만 대항할 수 없었다. “문제를 일으키면 쫓겨난다”고 배웠던 것만 생각났다. 무조건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회사 근처 공동묘지에 밤새 숨어 있던 이들은 다음날 병원에 입원했다. 그제야 자신들이 왜 맞았는지 알게 됐다.
ㄷ산업은 이달 초 문을 닫아, 기숙사는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긴 상태다. 이들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시냇물로 세수를 하며 새 직장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었다.
이들의 치료비는 이미 600만원을 넘었고, 퇴원 뒤에도 1~2년은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ㄷ산업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 보험 처리가 되지 않고, 이들이 가입한 국내 상해보험은 재해가 아닌 폭행 사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퇴원을 하면 당장 갈 곳도 없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27일 이씨를 폭력 혐의로 구속했다.
양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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