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직접 운영하는 ‘평양랭면관’이 보낸 조화가 29일 오전 캄보디아 프놈펜 칼메트 병원에 마련된 비행기 추락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놓여 있다. 프놈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비에 젖은 영정 닦으며 “괘씸한 놈아, 어떻게 먼저 가니”
블랙박스 러시아 제작사에 넘겨져 해독 최소 수개월 걸려
지난 25일 캄보디아 밀림지대에 추락한 여객기에 탑승했던 한국인 희생자 13명의 주검이 안치된 캄보디아 프놈펜 칼메트병원 분향소는 전날 밤부터 내린 비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29일 오전 10시(이하 현지시각) 전날에 이어 또다시 캄보디아 프놈펜 칼메트병원 분향소를 찾은 유족들은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지난 밤부터 내린 비에 젖은 영정을 옷자락으로 닦아내며 “괘씸한 놈아, 어떻게 먼저 가니”라며 가라앉지 않는 슬픔을 토해냈다. 분향소 한편에는 북한이 프놈펜에서 직영하는 음식점인 ‘평양랭면관’에서 보낸 조화가 놓여 눈길을 끌었다. 평양랭면관의 하대식 지배인과 여직원 2명은 28일 밤 늦게 분향소를 찾아와 조화를 증정한 뒤 조문했다. 이들이 들고 온 조화에는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리본이 달려 있었다. 하 지배인은 “우리 민족은 조·경사에는 항상 같이 참가하는 것이 전통이지 않습네까”라고 말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이날 밤 11시20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주검과 유족을 한국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희생자들의 사망진단서와 항공사 화물운송장 등 서류를 꾸미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주검들은 이날 밤 10시께 캄보디아 정부가 제공한 앰뷸런스 13대에 실려 프놈펜 공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한편,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사고 여객기 블랙박스는 내용 분석을 위해 여객기 제작국인 러시아로 보내질 예정이라고 한국대사관쪽은 밝혔다. 오낙영 참사는 “한국에서 파견된 건설교통부 조사관이 입회한 가운데 블랙박스를 봉인했다”며 “희생자를 낸 한국·캄보디아·체코 조사관이 참여한 가운데 분석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신속대응팀의 일원으로 현지에 파견된 건설교통부 소속 변순철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조사팀장은 “사고기의 블랙박스는 러시아에서 온 해당 항공기 제작팀에 넘겨져 러시아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 팀장은 “블랙박스 해독은 언제나 항공기를 제작한 곳에서 하는 것이 관례”라며 “해독에는 최소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괌 대한항공기 사고의 경우에는 2년이 걸렸다.
오 참사는 한국인 2명이 사고 여객기에 타려다 기체불안을 느끼고 탑승하지 않았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가 제공한 탑승자 명단에는 없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고조사를 맡은 한국대사관 신속대응팀과 조사관들은 이른 시일 안에 여객기가 추락한 사고현장을 찾아 실사를 벌일 예정이다. 프놈펜/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프놈펜 칼메트 병원에서 오열하고 있다. 프놈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