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최진용 금융정책팀장
굴지의 외국계 금융기업을 상대로 터파기 공사를 하면서 나온 토사에 대해 13억여 원을 받아낸 서울시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최진용(35) 서울시 경쟁력강화추진본부 금융도시담당관실의 금융정책팀장. 최 팀장은 여의도 옛 중소기업 전시장 부지에 들어설 서울국제금융센터(SIFC)의 건축.운영 책임사인 다국적 금융회사 AIG로부터 15일 13억5천400만 원을 입금받아 시 세입으로 확보했다. 이 돈은 SIFC의 터파기 공사 과정에서 나온 모래와 자갈에 대한 비용이다. 그는 "지하 7층까지 내려가는 공사를 하다 보면 여의도 강변이라 건축 자재로 쓸 수 있는 모래 등이 많이 나올 것으로 봤다"며 "법률.재무 전문가 등으로부터 자문을 구해 이에 대해 돈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께 최 팀장이 이를 요구했을 때만 해도 AIG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으나 6개월여의 협상 끝에 순순히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시는 시 소유의 중소기업전시장 부지 1만 평을 AIG에 임대해주고 이 땅에 2013년까지 55층 높이의 오피스빌딩 3개 동과 호텔, 쇼핑몰 등을 지어 국제 금융허브로 키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건물은 AIG가 자금 조달, 개발, 건축, 운영을 도맡아 50년간 사용한 뒤 시에 기부채납하도록 돼 있다. 최 팀장은 "과거 지하철 공사 때 나온 토사 가격을 서울시와 시공사가 상계하는 방식으로 세입을 확보한 적은 있지만 시유지를 빌려주면서 공사에서 나온 흙값을 따로 받아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 안팎에선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 팀장은 `창의적 예산 절감' 표창 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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