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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도덕 교과서에 실린 태극기와 국기에 대한 맹세. 초등학교 저학년 교과서에는 맹세문 대신 ‘자랑스런 태극기‘라는 표어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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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4절> 이 기상과 이 마음으로 충성을 다 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예전에는 미처 못느꼈던 건데, 이제 고국에 돌아와 다시 듣다 보니 일감으로 떠오른 느낌은 가사의 내용이 무언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겁니다. 즉 <국가>라는 존재가 <국민>들에게 일방적이고도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제할 뿐, 국가가 국민들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단 한 마디의 암시도 없다는 겁니다. 있다면, 국민들의 충성을 일방적으로 받는 존재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뿐입니다. 국민국가(nation-state)를 건설하는 초기 과정에서나 있을 법한 내용의 국가인 셈입니다. 다양한 국성원들을 하나의 정치체의 구성원으로 동원하고 교육(세뇌)하던 시대의 국가관이 그대로 투영된 가사가 바로 애국가 3, 4절이죠. 제목부터가 <애국가>이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애국가 가사 3, 4절은 일종의 충성서약을 노래로 부르는 내용입니다. 특히 마지막 4절, <괴로우나 즐거우나>에 이르면 국가에 대한 충성은 거의 종교 차원으로까지 올라갑니다. 이제는 시대가 흘러 개인이 자기의 국적을 골라 가질 수 있는 시대로 이미 진입해 있습니다. 이제 세월이 조금만 더 흐르면, 개인이 자기 정부를 골라잡을 때 마치 쇼핑하듯 골라 선택하는 시대가 더 본격적으로 도래할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마찰은 당근 있겠으나, 그래도 역사의 흐름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지구가 이제 하나의 지구촌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면, 앞으로는 누구라도 자기 능력만 되면 너 나은 정부, 자기 입장에 더 유리한 정부를 찾아 이사하는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마치 능력만 된다면 다들 강남으로 이사하고 싶어하듯 말이죠. 이런 현상은 이미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죠. 능력이 되는 젊은이들은 더 부강한 나라로, 돈 많은 퇴직자들은 세금 적게 부과하는 따뜻한 나라로... 약소국 가난한 사람들은 일자리만 준다면 그 어디라도... 이런 현상은 이미 우리들 가시권 안에 들어와 있잖아요. "나는 의무를 다 했는데, 국가가 나에게 해 준 게 뭔가?" "내 인생에서 도대체 조국과 민족이 무슨 의미야?" 주위 사람들로부터 (대개 신분이 불안정한 고급 인력) 이런 말을 종종 듣습니다. 벌써 이런 시대입니다. 박통, 전통 때에는 이런 말 무심코 하다 재수없이 걸리면, 간첩으로도 몰릴 수 있는 그런 시대였는데, 이제는 새로운 시대입니다. 국가가 자기 국민을 힘으로 붙들 수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가 미국의 국가나 다른 서양국가들의 국가 가사 두어 개를 비교하면 혹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지도 몰라 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서양 일부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는 국민에게 충성을 강조하면서도 또한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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