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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2 19:32 수정 : 2007.07.02 19:32

노태우 민정당 총재가 직선제를 수용하는 6·29 선언을 발표했다. 찻값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은 서울의 한 찻집.(사진/보도사진연감88)

역사는 힘있는 자의 몫이라고 합니다. 우리 역사만 살펴 보더라도 왕조 중심의 역사와 힘있는 자의 역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근대에는 일제가 왜곡하고, 짖밣고, 찌그러뜨린 역사를 해방된지 60년이 넘도록 바로잡지 못했고, 요즘은 중국과 일본이 힘을 내 세워 우리나라 역사를 도둑질하려 하고 있으니 힘있는 자의 몫이 맞긴 맞나 봅니다.

어제는 6.29 선언 20주년을 맞아 한 보수 신문이 6.29 선언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재 조명하자고 주장했군요, 다른 신문은 6.29 선언을 한 노태우의 특별 인터뷰을 실었지요. 또한 6.29 선언을 만든 보수 인사들은 민주화가 이룬 업적을 두고 6.29 선언이 선도했다는 등, 6.29 선언이 우리 사회를 민주주의로 향하는 길로 인도했다는 등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6.10 민주항쟁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고 대통령이 참석해 성대한 기념식을 치렀으니, 이를 지켜보던 6.29 선언의 주역들이 배가 아팠음직도 하지요. 위 주장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힘이 어느쪽으로 쏠리고 있는지 계량하는 저울의 눈금으로 보입니다. 6.10 항쟁을 주도했던 민주화 세력이 치친 틈을 타고 군사독재, 반 민주세력의 후예가 준동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감정을 섞어 '망언'이라고 규탄하고 싶지만 감정보다 냉정이 좋겠습니다. 그래야 그 원인을 알 수 있으니까요. 민주화 투쟁으로 군사 독재 정권의 항복을 받아 낸 것이 6. 29 선언이라는 사실은 돌아 볼 가치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반만 승리한 것입니다. 승자, 즉 민주화 세력은 축배만 들었지 여전히 패자나 아류가 10년 동안 정권을 더 잡았고, 그래서 6.10 항쟁 이후 10년은 진정한 승자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민주세력의 양대 축이었던 김대중, 김영삼의 분열로 노태우에게 패하는 바람에 승자인 민주화 세력이 집권해 개혁을 주도해야 했지만, 오히려 반민주 세력이 정권을 연장함으로서 시류에 끌려가는 반쪽 개혁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말하자면 민주화의 심장이 뜨거울 때 개혁을 주도하지 못한 것이 잘못 꿴 단추가 되어 아직도 진정한 민주화가 미완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황금같은 시간을 놓치고 나서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았지만 그 출발인 국민의 정부는 개혁의 뜨거운 심장이 약해진 상황에서 반 민주세력이 말아먹은 나라만 인계받고 외환위기 극복에 힘을 소진하다, 그 바톤을 이어받은 참여정부가 카드대란과 반 민주세력의 준동에 내내 시달려야 했습니다. 결국 심장이 약해진 상태에서 반 민주세력의 강한 저항에 힘을 쓰지 못하고 말았지요.

민주화 완성의 길이 아직 먼 상황에서 반 민주세력이 다시 힘을 키워 6.29 재 평가를 들먹거리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순행인지 역행인지, 과거 6.10 항쟁의 주역으로, 지금은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로 자리잡은 세력들은 냉정히 생각을 해 보아야 합니다. 분열로 첫 단추를 잘못 꿴 결과가 어땠는지. 뜨거워야 했던 10년을 놓치고 식은 심장으로 쪽박찬 나라 건지고 나니 반 민주세력이 준동하고 있지 않나요 ?

그러기에 대선을 앞두고 민주화 세력인 당신들의 분열이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한 신문의 논객이 제 2의 6.29 선언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군요. 아닙니다. 6.10 항쟁의 정신을 다시 살리는 것이 그 20 돌을 보내는 당신들의 임무이며 시대의 요청입니다. 당신들 손으로 민주화의 완성을 이루어 내야 훗날의 역사가 진정한 승자로 기록합니다. 다시 한번 분열로 마감한다면 지난 날 반쪽의 승리조차 기록되지 않을지 모르거든요.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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