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02 21:14
수정 : 2007.07.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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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커넥션’ 얼룩진 송도 국제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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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뇌물장부’ 만들어 승용차·현금 건네
공무원, 별도 심사표 등 ‘맞춤형 입찰’로 특혜
바다를 메워 동북아 최고의 비즈니스 중심도시를 짓겠다는 인천 송도 국제도시 건설 사업이 비리로 얼룩졌다.
한 개발 담당 공무원은 공사 수주를 조건으로 건설업체로부터 3800만원짜리 승용차에다 현금, 국외 골프여행까지 수천만원어치의 이득을 챙겼다. 또 한 건설업체 대표의 ‘뇌물 장부’에는 유명 골프채나 현금을 차에 실어주고 명절마다 선물을 돌리는 방식으로 공무원들을 관리하며 계약을 따낸 사실도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일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사무관 서아무개(47)씨와 ㅌ산업 공동대표 이아무개(46)씨, ㅊ엔지니어링 대표 박아무개(44)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무관 서씨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개발과장 시절 ㅌ산업 대표에게서 8차례에 걸쳐 현금 2천여만원과 중국, 홍콩 등에서 골프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작년 8월 40억원 규모의 건설공사에 설계 용역을 맡기는 대가로 ㅊ엔지니어링 대표로부터 3800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뇌물로 받은 혐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서씨는 심지어 차량 색상까지 직접 골랐다고 경찰은 밝혔다.
또 경찰 조사 결과 ㅌ산업 대표 이씨는 ㅎ은행 최연소 여성 지점장을 지낸 김아무개(44·불구속)씨를 관리이사로 고용해 거짓 세금계산서, 공사대금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1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2005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10권의 뇌물 장부에 날짜·수입·지출 항목을 두고 하청업체로부터 받은 뇌물을 수입으로, 공무원들에게 건넨 금품을 지출로 잡아 꼼꼼하게 적었다.
경찰은 이날 공무원과 건설업체 임직원 등 3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공무원들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서울시 5개 구청, 조달청, 서울조달청 소속으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거나 별도 심사표를 만들어 청탁 업체를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출연기관 등의 공사 수주·납품과 관련해 비슷한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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