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보고서 신빙성 높아, 비밀접선하듯 통장 건네기도
거짓 진술 강요 파문으로 인한 대검 감찰과 수사팀 교체 등 난관을 거치며 1년 넘게 계속된 제이유 그룹 비리 수사가 3일 사실상 끝났다. 김희완 전 서울부시장 등 13명을 구속기소하고 전현직 국회의원 등 14명을 불구속 기소한 이번 수사를 통해 제이유 그룹의 `묻지마' 로비의 실체가 공개됐다. 다음은 제이유 수사 뒷얘기. ◇ 측근 구속되자 `술술' =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상태였던 주수도 회장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 수사팀이 바뀐 뒤 약 두 달간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팀을 애타게 만들었다. 한 번은 주 회장이 구치소에서 검찰로 조사를 받으러 오지 않겠다고 버텨 담당 검사가 직접 구치소로 찾아가 주씨와 담판을 벌인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주씨는 4월말 자신의 최측근인 비서실장 김모씨가 구속된 뒤 김씨 조사 과정에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서울중앙지검 김모 수사관에 대한 로비 단서가 포착되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자신의 로비 행위에 대해 가장 소상히 알고 있는 측근이 구속되자 더 이상 감추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기업 음모론 `여전' = 주 회장은 조사실에서 제이유 다단계 사업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검사들과 여러 차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제이유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좌초하고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이 다국적 다단계 기업 A사의 음모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계속했다고 한다. 한 검사는 주 회장이 판에 박힌 주장을 계속하자 진지하게 메모지를 꺼내들고 주 회장의 이야기를 경청해 이를 고맙게 여긴 주 회장의 마음을 여는 데 한 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주 회장은 재기를 꿈꾸며 항소심 선고 결과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항소 기각돼 12년형이 유지되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 비밀 접선하듯 통장 건네 = 주 회장측에서 로비 대가로 차명 통장과 도장을 넘겨받았다가 기소된 이들은 마치 비밀 접선을 하듯 주 회장을 만나 통장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피고인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주 회장을 찾아가 `김 실장'이라고만 소개하고 통장을 받아갔는데 이 사실을 전해들은 수사팀은 `김 실장'이 혹시 청와대 관계자는 아닌가하고 잠시 긴장했다고. 결국 이 `김 실장'은 외부 사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급조된 직함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 국정원 보고서 적중률 꽤 높아 = 이날 검찰 발표 결과 작년 5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내놓은 국정원 보고서가 꽤 신빙성이 있던 자료로 결론이 났다. 당시 보고서가 처음 공개되면서 제이유의 무차별 로비 행태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100억대 비자금 조성, 검찰과 경찰, 금감원ㆍ공정위, 국회의원 등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난 것.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반 검찰 수사가 국정원 보고서의 영향을 받을까봐 아예 참고를 하지 않았다. 수사가 마무리될 무렵 살펴봤는데 상당히 많이 적중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보고서의 정확도가 높았던 것은 주 회장의 로비 행태를 자세히 알 만한 내부 관계자가 보고서 작성자에게 제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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