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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우양 가족이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 가운데 아래부터 신우, 엄마 권정아씨, 동생 경우, 아버지 김종래씨. 사진 김종래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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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글짓기 최우수상 받은 김신우양
“딸들의 세상 위해”보수적 아빠 바뀌어 포항 항구초등학교 6학년 김신우양 집 전속 요리사는 아빠 김종래(40·중학교 교사)씨다. 김씨는 미역국, 된장국, 오이냉국 등 여러 가지 국은 물론이고 감자조림, 어묵볶음, 샐러드 등 반찬을 척척 만들어 낸다. 뿐만 아니다. 옷장 정리, 꽃 다듬기, 방 청소, 책장 정리 등 집안 살림을 척척 해낸다. 그래서 신우양은 집에 와서 앞치마를 두르고 걸레질을 하는 아빠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렇다고 살림을 아빠만 도맡아 하는 건 아니다. 자기 방 정리와 청소는 각자의 몫이다. 또 주말에는 온 가족이 나서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같이 음식을 한다. 막내 경우양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언니, 아빠한테 자기 일을 맡기다가 올해 들어서는 자기 일은 알아서 한다. 신우양은 “우리 집엔 남자와 여자가 따로 없다”고 말한다. 다만 4명의 단란하고 책임감 있는 가족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아빠가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 하고, 내가 화분을 들고 나가 흙을 가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저 못질도 잘한답니다.” 신우양네 가족이 이처럼 남녀 차이를 인정하지 않게 된 것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전업주부였던 엄마가 살림을 도맡아 했고, 아빠는 집에 와서 별로 집안일을 거들떠 보지 않았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3남1녀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아빠 임씨가 가정일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가 직장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학원강사로 일하게 된 엄마는 보통 밤 11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고 그러다 보니 누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집안꼴이 엉망이 됐다. 그 와중에 동생 경우까지 아토피 증상이 심해져 앓아 누웠다. 아빠는 안되겠다 싶어 팔을 걷어붙였다. 퇴근하기 무섭게 동생 간호에 매달렸고 집안 일도 알아서 하기 시작했다. 그런 생활이 한두 달 지나면서 아빠는 자신이 그동안 부인한테 얼마나 의지하며 살아왔는지 깨닫게 됐다. 아빠는 이후 경우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 때도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하는 자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가 어떻게 된 거예요? 하고 엄마한테 물었더니 엄마는 내가 태어났을 때 아빠가 했던 말을 전해줬어요. 당시 아빠는 저를 보면서 “내 딸이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어야지!”라고 말했다고 해요. 아마도 그런 생각이 몇년 전부터 행동으로 나타난 것 같아요.” 경우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생활에서도 남녀 평등을 의식하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가령 학교에서 남학생, 여학생이 해야 할 일을 따로 정하지 않고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나 제비뽑기를 해서 정한다고 했다. “보통 우유배달은 남학생이, 화분에 물주기는 여학생이 하는데 그러지 말고 공평하게 나눠서 하자고 했지요. 다행히 아이들이 그 뜻을 받아줘서 지금은 같이 하고 있어요.”
신우양은 이같은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쓴 ‘아빠의 앞치마’라는 작품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한 ‘전국 초·중·고 양성평등 글짓기 대회’에서 3일 초등학교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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