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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ㅇ초등학교 쪽에서 지난달 29일 방과후 교실 문에 ‘28개월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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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 학교 방과후교실 중단…저소득층 부모 속앓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 ㅇ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이아무개(36·여)씨는 요즘 가슴이 바짝바짝 탄다. 지난달 말 아들이 다니는 ㅇ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실이 학교 재건축 문제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저에겐 방과후 교실이 정말 절실하거든요. 일반 보습학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월 30만~40만원이 들어간다고 해요.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도 없고….” 일용직으로 일하며 혼자 생계를 꾸리는 이씨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타워팰리스’가 우뚝 솟은 동네에 자리잡은 ㅇ초등학교는 지난달 29일 방과후 교실을 2년4개월 동안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학교 방과후 교실은 1~3학년을 대상으로 한달 5만~7만원의 수업료를 받으며, 수업이 끝나는 오후 1시께부터 오후 6시까지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돌본다. ‘부자 동네’에도 저소득 맞벌이 부부나 한부모 가정 등은 있는 법. 주로 방과후 집에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사설학원 등에 다닐 여유가 없는 아이들 40여명이 이용해 왔다. 그런데 학교 쪽은 “곧 학교 건물 두 동 가운데 하나를 부수고 재건축에 들어가야 한다”며 “아이들의 안전 때문에 방과후 교실을 계속 운영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학교 쪽은 방과후 교실 문에 ‘28개월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였으며, 아이들과 보육교사의 출입을 막으려고 아예 열쇠까지 바꿨다.도곡동 초교 공사 28개월 폐쇄
“안전 감수” 각서 내밀어도
학교쪽선 막무가내
부모들 “벼랑에 서있는 심정”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교 쪽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 김아무개(37·여)씨는 “공사에 따른 안전 문제는 방과후 교실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한테 해당되는 것이며, 학교 쪽 주장대로라면 아예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며 “엄마들이 ‘안전 문제는 학부모들이 다 감수하겠다’는 각서까지 쓰겠다는데도 교장은 방과후 교실 유지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방과후 교실은 공사가 시작되는 건물에서 200m 가량 떨어져 있다. 학부모 이아무개(36·여)씨는 “주민 1천여명의 서명을 받는 등 지난해 12월부터 교장을 만나 설득했으나 전혀 태도에 변함이 없었다”며 “아이들 안전은 핑계일 뿐, 공사 기간에 늦게까지 남아 방과후 교실을 하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니 번거로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채정미(34)씨도 “방과후 교실 아이들은 길거리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상태”라며 “아이들이 언제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지 묻는 전화를 종종 걸어온다”고 했다. 방과후 교실을 폐쇄한 이유 등에 대해 ㅇ초등학교 이아무개·신아무개 교감은 “아무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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