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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0 15:19 수정 : 2007.07.10 15:19

지금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있는 이랜드는 최초 이화여대 앞에 매장을 내고 옷을 팔던 중저가 의류 브랜드였다.

잘 아는 지인이 예전에 첫발을 사회에 내딛으며 이랜드 공채 시험을 보고 들어가 근무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이 친구는 활동적이고 술과 노래를 좋아하는 한량에 가까운 기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랜드에 들어가 기획실인가 하는 부서 배치를 받고 몇개월인가 근무하다가 스스로 그만두고 말았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이랜드는 회식때도 음료수를 마시지 소주등은 먹지 못한다는 거였다. 회식하는 자리가 기도하고 다과나 식사를 하며 음료수로 건배하는 분위기라고 하면서 도저히 숨막혀서 못살것 같아 사표쓰고 나왔다고 말하던 기억이 새롭다.

이랜드는 80년대 의류업체로 시작한 후발 기업이다.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이 기독교 신자로 기업 전체를 공히 기독교 분위기로 꾸몄다고 해서 화제가 되던 기업이다. 90년대 들어 이랜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하며 예의 기존 재벌기업들이 행하던 문어발식 확장 전술을 그대로 답습한다.

의류, 패션, 건설에 이어 IMF 사태 이후 부도위기에 내몰린 당시 재계 30위권 내에 들던 거대 유통그룹 뉴코아를 결국 인수했다. 역시 지나친 확장을 꾀하다 자금난으로 좌초한 해태그룹의 해태유통을 인수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랑스의 까르푸가 철수하는 마당에서 이를 전격적으로 인수하여 유통업계의 강자로 롯데, 신세계, 현대 등을 위협하는 위치에 까지 올라섰다.


결국 중저가 의류를 만들어 팔던 중소기업이 급속한 성장세를 기업합병 인수전에 쏫아부어 옷가지는 물론 식품과 건설, 유통업계 초대형 마트에서 백화점까지 두루 섭렵하는 한국의 전형적인 문어발식 재벌그룹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답습한 것이다. 천박한 한국자본주의의 일천한 토대가 만들어 낸 비상식적인 거대기업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옷을 만드는 기업이면 전문적으로 세계속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일매진 하는게 속칭 선진 자본주의의 주된 모습이다. 이랜드가 이런저런 분야에 기웃거리지 않고 그 좋은 역량들을 쏟아 부었다면 지금의 위치는 한국의 최첨단 명품 브랜드 이랜드가 될수도 있었을 거다.

해태, 뉴코아, 한보, 한라, 진로 등등 거함만 같던 거대 그룹사들이 줄줄이 쓰러진건 다름아닌 무리한 확장에 기한바가 가장 크다. 남의 돈이라 하여 은행돈을 마구 끌어들여 배째라식 외연확장에 들이민 천문학적 자금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조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실 또한 '대마불패' 같은 속설을 깬 외환위기가 부른 풍속도 였다.

이랜드는 신세계, 롯데 같은 전통적인 유통 강자가 주도하는 업계에 뛰어들어 외연확장을 위해 지난해 까르푸 인수전 에서도 프랑스 기업의 잔머리를 그대로 들어주며 8천억대로 시작한 인수금액이 1조 8천억 까지 치솟는 부풀려진 고가행진을 감수하면서 까지 한국까르푸 32개 전국 매장을 인수했다. 이러한 막대한 자금이 어디서 났겠는가? 기업가치를 최대한 부풀려 돈을 빌려주는 은행권에서 대부분 차용한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이러한 인수전의 무리수와 인수후 까르푸를 홈에버 라는 브랜드와 이미지로 재 단장하는 리모델링 비용만도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은 족히 들었다고도 한다. 이런 무리한 투자의 제일 직격탄이 바로 7월 1일부로 시행되는 비정규직보호법안의 대상인 죄없는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었던 것이다.

'내가 이거 꾸미는데 얼마나 돈 많이 들었는데 돈 한푼 않들인 저런 무지랭이들까지 다 정규직 전환 고용해야 하나? 내가 미쳤냐? 땅파서 장사하냐?' 등등의 악덕 기업주 논리 그대로 이랜드의 경영진은 그렇게 비정규직 수백명을 가차없이 내친 것이다.

지금 이시간도 많은 이랜드 노동자와 전국의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홈에버, 뉴코아 매장 여러곳을 점거농성 하며 해고 비정규직 원복등을 외치고 있다.

이땅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고 대다수는 노동자다. 국민이 잘살고 더불어 행복한 삶이 진정한 선진 자본주의 국가다. 이들 노동자를 위한다는 법이 역으로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악법으로 자리한다면 법을 만들지 않음만 못한 것이다. 지금의 비정규직보호법안이 딱 그렇다.

이제 참여정부의 임기도 몇개월 남지 않았다. 개혁의 열망을 안고 힘차게 출범했던 때와는 사뭍 다른 힘빠진 모습이지만 그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모습도 많았다. 이번 이랜드 점거농성을 부른 비정규직 대량 해고사태에 정부는 경찰력 동원으로 막는다는 구태를 답습해서느 곤란하다. 가뜩이나 실망이 큰 노동계를 참여정부의 적으로 모두 돌려세울 것인가?

이랜드 사측은 과도한 인수전과 무리한 확장 경영이 부르는 위축 기조를 놓고 애꿎은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도 분분한 또다른 명분이 있겠지만 결국 본질은 비정규직 보보법에 대한 알량한 미봉책 아니던가?

더구나 여러 곳에서 지적하듯 박성수 회장은 교회의 장로 직위까지 갖는 열성적인 신자로 알려져 있다. 모두에 언급한 것처럼 기업 자체를 교회의 무슨 산하단체 같이 운영할 정도로 대단하다고도 한다.

기업의 사회적 의무와 경영진의 종교적 가치까지, 지금의 이랜드 사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짓을 벌인 사측에 그 원인이 커 보인다. 가진것 없고 배운것 부족한 해고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할수있는 일이란 그저 조직적으로 모여서 생존권을 지켜내는 노조에 기댄 활동 뿐이다.

마지막 생존권을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응원을 보내며, 이랜드 사측과 정부의 원만한 이해와 협조를 갈구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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