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날 과거사 정리에 실패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친일 잔재세력과 그 아류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고, 그 기득권이 군사독재로 이어지면서 반 민족 행위를 조사해 제때 처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참여정부 들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발족해 풀지못한 숙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으나 아직도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 이러한 세력은 정치권 일부와 언론 또는 이익집단 등 여러 곳에 존재한다. 자신들의 과거 행위를 덮어야 사는 세력들이다. 만약 그들이 우리사회에서 다시 영향력을 키우고 주류가 된다면 과거 잘못된 일의 진상을 규명하고 반성하는 일은 언제 이루어 질지 모른다. 이는 실로 위험한 일이며 그나마 풀어가고 있는 숙제조차 중단될지도 모른다. 과거사 정리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진상을 규명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차원의 일이다. 또한 그 참담했던 시절의 아픔을 치유하고 희생자와 피해자의 억울함을 녹여 국민들이 함께 끌어안고 화합과 반성의 밑거름으로 삼자는 일이다. 그럼에도 진실 규명 작업을 탐탁치 않게 여기거나 반성을 거부하는 세력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그런 세력이 있다면 국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필자의 경험을 적는다. 필자의 일터가 경산에 있고 현장 주변에 대규모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어 거래 업무상 가끔 간 적이 있다. 그 전에는 단지 소문으로만 들었으나 마침 유족이라는 분을 만날 기회가 있어 갱 입구까지 가볼 수 있었다. 그때는 수직갱과 수평갱 입구는 대충 막아놓은 상태였고, 갱안으로 들어가면 유골들이 뒤엉켜 쌓여 있거나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했다. 또한 탄피도 많이 발견된다고 했다. 너무 아픈 기억을 건드는 것 같아서 차마 꼬치꼬치 물어보지 못하고 점심이나 한 그릇 대접하고 돌아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노무꺼, 내 나이 할배가 다 되도록 그노무 연좌제인지 뭔지 땜에 평생을 말 몬하고 복장이 터져 내 우찌 죽겠노" 며 "이제와서 국가가 파 디핀다꼬 하니, 내사 마 가당치도 않다" 고 회한과 설움, 국가에 대한 서운함이 교차하는 심정을 토로하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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