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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2 18:15 수정 : 2007.07.12 18:15

경북 경산시 평산동 일대의 폐 코발트 광산에서 한국전쟁 당시에 국군에 의해 집단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유골 발굴 작업이 지난 8일 시작되었다. 이 사건은 1950년 여름, 대구 형무소 재소자 2,500여명과 경산, 청도, 영천지역의 국민보도연맹원 1,000여명이 폐 코발트 광산 갱내로 끌려가 무차별 총격을 받고 모두 희생되었으나 아직 그 실태조자 명확히 파악되지 못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희생자의 수로 보아 전국 대표적인 양민학살 피해 사례지만 그간 유족들의 피맺힌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2000년 1월 폐 광산 내에서 수백 점의 유골이 발굴되고 나서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2005년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발족하고 일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비로소 지난 8일 희생자 위령제를 시작으로 유골 발굴작업부터 들어간 것이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이시여! 살아있는 자들의 무심함을 용서하시고 우리 민족의 암울했던 과거는 이제 잊어 주십시오. 오늘도 못난 이 후손들이 원혼들 앞에서 술 한잔 올리면서 백배 사죄합니다"라는 위령사가 말해주듯 백배 사죄할 일이다. 1960년 '양민학살 진상조사 위원회'가 국회에서 구성되었으나 진상조사에 실패한 후, 지금까지 버려져 있다시피 한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사상 최초로 추진하는 정부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 발굴 작업은 이 사건 외에도 3건이 더 있으며 조사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경북에만 해도 10여건 정도 더 있다니 전국을 합치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라서, 비슷한 사건의 방대함으로 보아 수년 내에 모든 사건의 진상이 조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끝까지 존속한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는 지난 날 과거사 정리에 실패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친일 잔재세력과 그 아류들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고, 그 기득권이 군사독재로 이어지면서 반 민족 행위를 조사해 제때 처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참여정부 들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발족해 풀지못한 숙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으나 아직도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

이러한 세력은 정치권 일부와 언론 또는 이익집단 등 여러 곳에 존재한다. 자신들의 과거 행위를 덮어야 사는 세력들이다. 만약 그들이 우리사회에서 다시 영향력을 키우고 주류가 된다면 과거 잘못된 일의 진상을 규명하고 반성하는 일은 언제 이루어 질지 모른다. 이는 실로 위험한 일이며 그나마 풀어가고 있는 숙제조차 중단될지도 모른다.

과거사 정리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진상을 규명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자는 차원의 일이다. 또한 그 참담했던 시절의 아픔을 치유하고 희생자와 피해자의 억울함을 녹여 국민들이 함께 끌어안고 화합과 반성의 밑거름으로 삼자는 일이다. 그럼에도 진실 규명 작업을 탐탁치 않게 여기거나 반성을 거부하는 세력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그런 세력이 있다면 국민들이 준엄한 심판을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필자의 경험을 적는다. 필자의 일터가 경산에 있고 현장 주변에 대규모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어 거래 업무상 가끔 간 적이 있다. 그 전에는 단지 소문으로만 들었으나 마침 유족이라는 분을 만날 기회가 있어 갱 입구까지 가볼 수 있었다. 그때는 수직갱과 수평갱 입구는 대충 막아놓은 상태였고, 갱안으로 들어가면 유골들이 뒤엉켜 쌓여 있거나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했다. 또한 탄피도 많이 발견된다고 했다.

너무 아픈 기억을 건드는 것 같아서 차마 꼬치꼬치 물어보지 못하고 점심이나 한 그릇 대접하고 돌아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노무꺼, 내 나이 할배가 다 되도록 그노무 연좌제인지 뭔지 땜에 평생을 말 몬하고 복장이 터져 내 우찌 죽겠노" 며 "이제와서 국가가 파 디핀다꼬 하니, 내사 마 가당치도 않다" 고 회한과 설움, 국가에 대한 서운함이 교차하는 심정을 토로하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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