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2 19:42
수정 : 2007.07.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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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복 세탁은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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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세균 득실…병원서 일괄세탁을”
서울대병원 “감염사례 보고된 바 없다”
‘간호사복은 안심하고 집에서 세탁해라?’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10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미숙(31)씨는 간호사복을 집에서 빨 때마다 찜찜하다. 이씨는 사나흘에 한번씩 퇴근할 때 종이가방에 간호복을 담아 집에 가져와서는 배란다에 뒀다가 손빨래를 한다. 세탁기에 간호복을 탈수한 뒤에는 반드시 세탁기 통 세척을 한다. 병원에서 환자의 피나 고름·가래 같은 게 묻은 옷을 탈수한 뒤 5살 된 딸의 옷을 빨 때는 마음이 더 쓰인다. 이씨가 이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감염 우려 때문이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균이 묻은 옷을 집에 가져와 세탁하는 과정에서 혹시 아이에게 옮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이씨뿐만 아니라 동료 간호사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의사가운과 마찬가지로 간호사복도 병원에서 일괄 세탁해 줄 것을 6년째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다수 병원들은 수술실, 중환자실, 특수병동 등에 근무하는 의료진의 옷은 병원에서 일괄적으로 소독세탁하지만, 일반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옷은 직접 빨아서 입도록 하고 있다.
송경자 서울대병원 간호행정팀장은 “일상적인 병동업무를 하는 간호직원의 옷이 환자 분비물로 오염돼 병원감염을 일으킨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며 “간호직원의 옷은 오염세탁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세탁문제는 위생 차원이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타당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옷에 세균이 묻어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지만, 세균이 묻은 옷을 집에서 세탁하는 과정에서 다른 가족들에게 감염될 위험이 커지는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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