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성명-현지 유력언론 단정 보도
차기 주한대사 "동물단체 주장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헝가리에서 사육된 개가 한국의 보신탕용으로 대거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헝가리의 한 동물보호단체가 주장하고 나서 진위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더욱이 이 단체의 주장을 일부 헝가리 유력 언론들이 '헝가리 개가 한국의 미식가에게 제공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 파문이 일고 있다.
18일 헝가리 화이트 크로스(White Cross) 동물보호협회와 MTI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단체는 최근 인터넷사이트(www.feherkereszliga.hu)에 올린 성명서에서 헝가리에서 수출된 개의 일부가 아시아 지역에 식용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성명서는 '한국인들이 헝가리 개를 사서 먹고 있다'라는 제목 하에 개 사육자들은 헝가리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후 이전보다 쉽게 개를 해외에 수출해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이중 운이 좋은 개들은 애완용으로 길러지지만, "일부는 아시아에서 식용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헝가리가 EU에 가입하기 전에 체코, 슬로바키아와 함께 5만2천 마리의 개를 이탈리아, 프랑스, 베네룩스 3국 등에 밀수출했다면서 EU 가입으로 개 수출이 쉬워진 상황에서 더 많은 개가 식용으로 수출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성명서는 2004년 덴마크의 TV 방송이 이 단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헝가리의 개 사육 및 수출 실태를 취재한 적이 있으며, 당시 외국으로 수출된 개의 "최종 목적지가 개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한국임이 드러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또 헝가리의 지방에서 외국에 팔기 위해 개를 사육하는 사진들을 가지고 있다면서 일부 소도시에서는 150가구가 보조 수입을 위해 개를 사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헝가리에서 팔려나가는 개들 가운데 '시추' 종류의 경우 마리당 3만 포린트(한화 15만원) 가량 되며, 한 사육업자의 경우 1년에 300마리의 개를 수출, 매년 700만-900만 포린트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이에 대해 헝가리의 최대 통신사인 MTI 통신은 '헝가리 개가 한국인 미식가들에게 제공된다'는 제목 하에 이 단체의 주장을 인용, "매년 헝가리에서 수출된 수천 마리의 개가 아시아에서 음식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보는 영문 뉴스사이트인 '페스트사이드'는 한국의 특정 라면 제품의 봉지 위에 위에 개의 머리를 집어넣은 풍자적 그림을 게재하며, 한국인들이 "맛있는 헝가리 개고기에 침을 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기 주한 헝가리 대사로 내정된 외교부의 렌젤 미클로시 부국장은 "헝가리 개가 식용을 목적으로 외국에 수출됐다는 동물 단체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부에서는 아무도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성명과 언론 보도로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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