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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잡코리아 198곳 조사
‘조건없는 정규직화 추진” 18% 그쳐정부 ‘낙관’과 달리 고용불안 불보듯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4곳꼴로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외주 용역직이나 파견직으로 바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정부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처’라고 말한 바 있다. 19일 <한겨레>와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198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재 비정규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147개사 중 40.1%가 ‘계약 해지 뒤 외주 용역직이나 파견직 활용’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군 분리와 무기 계약직 등을 활용한 부분적인 정규직화’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41.5%였고, ‘비정규직의 조건 없는 정규직화’를 추진하겠다는 비율은 18.4%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외주 용역직이나 파견직으로 바꾸겠다’고 응답한 기업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이 60%로 중견·중소기업(32.7%)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인천 남동공단의 휴대전화부품 업체 ㄱ사의 인사 담당 임원은 “개정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이후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공장을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로 옮겨야 할 판이라고 걱정하는 기업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상우 경영자총협회 전문위원은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기업은 기존 비정규직 업무를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크고,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매 2년마다 비정규직을 반복해서 해고한 뒤 신규 채용하거나 아예 정규직화하는 방안 중 한가지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은수미 부연구위원은 “외주용역 같은 간접 고용 방식은 원-하청 관계가 끊어지는 경우 일자리를 잃게 돼 고용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 대상 기업들의 28.8%는 최근 이랜드(홈에버) 비정규직 사태가 노사관계에 끼칠 영향과 관련해 ‘전면적 노사 갈등으로 확산돼 산업계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1.4%는 ‘부분적인 노사 갈등 양상을 빚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23.3%는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라 일종의 노-사 대타협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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