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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준, 최유경씨가 우리나라 전통과 현대의 혼례방식을 결합한 대안결혼식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하자센터에서 올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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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예물은 건강과 유기농 밥상”
결혼 전 ‘100일 체질개선’…단식·생채식 ‘몸 만들기’“우리 농업 보탬 되려” 하객 상차림도 우리 먹거리로 “결혼을 계기로 가족의 건강을 위해 우리나라의 유기농산물에 관심을 가지는 부부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농업을 위해서도 그렇구요.” 21일 부부의 연을 맺은 고영준(29)·최유경(29)씨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건강과 먹을거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요즈음 젊은이 답지 않게 두 사람은 건강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 돈보다 자신들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친한 형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토피가 너무 심했어요. 아이가 가려워서 자꾸 긁으니 피부가 헐어서 진물이 나오고…. 너무 안됐더라구요.” 그런 점에서 서로에게 가장 값진 결혼 예물은 건강이었다. “부모가 건강해야 자녀들도 건강함”을 주위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 배가 나오고 만성피로에 시달렸던 고씨는 결혼을 앞두고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방법은 단식에 이은 생채식. 5일 동안 곡기를 끊고 산야초 효소만 먹으며 몸 안의 노폐물을 내보냈다. 이어 요리하지 않은 신선한 채소와 오곡가루, 견과류, 해조류 등을 먹는 생채식을 시작했다. 먹는 양도 두 끼로 줄였다. 삼겹살과 치킨 등 고기류는 물론 패스트푸드도 모두 끊었다. 그렇게 100일동안 정성을 쏟은 결과 ‘텔레토비’라고 놀림을 받았던 몸매가 날씬하게 바뀌었다. 처음에는 “얼마나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렇게 먹는 데 별나게 구느냐”던 친구들도 그의 몸매가 바뀌고 피부가 맑아지자 놀라워했다. 부인 최씨도 결혼 뒤 곧바로 ‘체질개선 프로젝트’에 들어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먹을거리와 건강의 관계를 알고난 뒤 고민이 생겼다. 자신들이 알아본 예식장에서 제공되는 음식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수입농산물까지 포함된, 믿음이 가지 않는 식재료를 써서 만든 음식을 하객에게 제공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객분들께 우리 유기농산물로 만든 좋은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어요. 결혼식이나 돌잔치 회갑잔치같은 경사스런 행사때만이라도 우리 농산물을 쓰면 우리농업을 살리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구요.” 유기농 채식 부페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곳을 찾았지만 예식장을 쓰려면 그곳에서 지정하는 식당을 이용해야해서 따로 음식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서울의 한 공공기관 건물을 결혼식장으로 빌리게 된 이유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새로운 시도는 양가 부모조차 낯설어 했다. 특히 채식 부페에 대해서는 반대가 심했다. ‘고기 없는 잔치상’에 대한 부담이었다. 예복으로 개량한복을 입는 것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했다. 고민끝에 두 사람은 절충을 했다. 연어회, 수육 등의 고기와 유기농막걸리를 곁들이고 전통혼례를 통해 ‘한복’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결혼 뒤 깨끗한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리는 것과 함께 임신, 태교, 출산 등에 대해서도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방식을 배우고 실천할 생각입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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