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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하남시 주민소환추진위원회 소속 시민들이 23일 오전 김황식 하남시장과 시의원 세 명 등 선출직 4명에 대한 주민 소환투표를 전국 처음으로 청구하면서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로 청구인 서명부를 제출하고 있다. 하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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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5018명 투표 참가해
과반찬성땐 시장직 잃어
시장에 대해 불신임을 선언한 뒤, 발빠르게 소환 절차를 밟고 있는 상당수의 경기 하남시민들은 ‘민심’으로 시장을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잘못 뽑았으니 ‘리콜’하겠다는 것이다. 인구 13만여명의 작은 도시에서 ‘전국 최초’와 ‘사상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은 주민소환운동이 벌어진 까닭은 간단하다. “자치단체장이 주민들을 무시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행동했다”는 것이다. 김황식 하남시장은 지난 해 10월 “경기도 광역화장장을 유치하는 대신 2천억원을 지원받아 지하철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자립도 47%의 열악한 재정 형편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장장으로 재정의 ‘씨앗 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역발상을 통한 시정 구상’이라고 추켜세웠고 김 시장은 ‘맞아 죽더라도 일을 성사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여론 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던 이 결정은 곧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시장은 달걀 세례를 받았고, 시의회가 점거됐다. 시내 곳곳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의 몸싸움이 잇따랐다. 김 시장은 반대하는 시민들을 고소·고발까지 했다. 열달 가까운 기간 동안 반목과 갈등이 시 전체를 뒤덮었다. 주민 김용선(45)씨는 “이젠 화장장 유치 방안에 대한 잘못 여부를 따질 단계는 지났다”면서 “시장 소환이란 극한 상황은 시장의 독선적 행태가 불러온 필연적 결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아무개(55)씨는 “지역을 분열시키고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시장은 더 이상 자격이 없다”며서 “반드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흥분했다. 김 시장이 “아무 방어벽 없이 허허벌판에 서서 공격만 받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로 반대 여론은 드세다. 반면 시장 소환에 반대하는 뉴라이트 하남연합은 최근 “하남시를 친북좌파 성향의 진보세력에게 투쟁 거점으로 내줄 수 없다”며 이념 공세를 펼쳐, 주민소환투표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편, 추진위는 서명 10여일 만에 소환투표 청구에 필요한 법적 서명자수 1만5759명의 두배 가까운 주민이 서명하자, 김 시장 소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주민소환투표에서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3만5018명)이 투표에 참가해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김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김 시장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시(투표율 50.5%) 2만1천여표로 당선됐다. 서명자보다 적은 표를 받은 셈이다.
하남/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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