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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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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모은 국보급 산행정보 나눴으면”
도의원 내리 세번 낙선 ‘정치병’97년부터 “마음 다스리려” 시작
‘산행일기’ 다섯상자 가득
29일 등산 애호가들 감사패 수여 “잘 알려진 산보다 이름없는 산에 더 끌렸어요.” 10년동안 한반도 남쪽에 있는 2115개의 산을 답사한 김정길(59·경기 안산시)씨는 오는 29일 전남 영암에서 등산 애호가들이 주는 감사패를 받는다. 호남지리탐사회·무등산닷컴·전북산사랑회 등이 월출산 줄기인 문필봉에 다녀온 뒤 김씨의 이색적인 산행 기록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김씨는 8000개가 넘는 남한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 가운데, 등산이 가능한 2500여개를 모두 오를 작정이다. “마음을 다스리려고 산에 다니기 시작했지요.” 전남 담양 출신인 그는 도의원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세번 내리 낙선하고 97년부터 ‘정치병’을 잡기 위해 산을 찾았다. 지도에 등산로가 소개돼 있던 ‘200개 산’을 섭렵하면서 점차 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부인(58)에게 생업을 맡기고 잘 알려지지 않는 산을 찾아 나선 그는 6년 전부터는 15인승 승합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국의 산을 돌고 있다. 김씨는 “아직 우리나라엔 ‘백과사전식’ 산행 안내서가 없다”며 “2~3일동안 산에 대한 정보를 모은 뒤 3~4일씩 산에 오른다”고 말했다. “산이 살아 있어요. 물도 있고, 새도 울고….” 김씨는 숨겨진 산을 오를 때마다 새로운 희열을 맛보았다.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산에 다녀온 뒤엔 어김없이 5만분의 1 지도에 등산로와 낭떠러지 등을 꼼꼼하게 표시했다. 메모 형식으로 기록한 ‘산행 일기’가 라면상자 5개 분량에 이르고, 등산화 60여 켤레가 닳아졌다. 늘 혼자 산을 다니는 김씨는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산에서 길을 잃어 다음날 아침까지 어둠속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 10여차례 정도 된다. 김씨는 “산길에서 자주 호루라기를 부는 것도 멧돼지를 만나 혼줄이 났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희귀한 산에 다녔던 제 경험을 나눠주고 싶어요.” 김씨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국보급’ 산행 정보를 알고 있는 산악인으로 통한다. 그동안의 산행 정보를 지역별로 분류해 놓았지만 억대의 출판 비용 때문에 책으로 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제가 만든 지도를 보면 국내의 어느 산이든 마음대로 갈 수 있다”며 “우리의 산하를 다니는 재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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