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급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지난 7월 22일 귀국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그녀는 입단 20주년을 고국에서 기념하기 위하여 25일부터 LG 아트센터, 노원문화예술회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강수진과 친구들’이란 발레 갈라 공연을 하기 위해서다.
올해 마흔 살인 강 씨는 발레리나로선 이미 환갑이 넘은 나이라고들 한다는 기자 질문에 “언제 은퇴 할 거냐는 질문인가요?”라고 반문한 뒤 “저는 요즘이 더 좋아요. 단지 성숙해 졌다는 것만이 아니에요. 테크닉도 더 나아지고, 몸도 더 가뿐해진 것 같아요. 지금과 같은 난도(難度)의 점핑을 할 수 없다면 아무 미련 없이 은퇴할 겁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그녀는 1967년생으로 선화예고 1학년 때인 1982년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에 유학했으며, 1985년 발레리나의 등용문인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그랑프리를 타게 되고, 이듬해인 1986년 세계 5대 발레단인 슈투트가르트에 최연소(19세)단원으로 입단 한다. 입단 후 1994년 주역(Soloist)으로 데뷔, 1997년에는 프리마 발레리나(Principal Dancer)로 등극하고, 1999에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하는 브누아 더 라 당스(Benois de la Dancer)에서 최고여성무용가상을 수상한다.
세계 최고 여성무용가가 되기까지 슈투트가르트에 입단하여 관객의 눈에 띄지 않는 군무만 7년을 하는 사이에 피나는 자기 수련을 쌓아 나간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널리 알려졌던 시절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1시간 30분에서 2시간동안 스트레칭을 하고 전용극장에 가서 밤 11시까지 연습을 하고, 공연이 없을 때는 좀 일찍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를 계속했다.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임에도 그녀의 내면에는 새로운 발레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이 새로웠다고 한다.
연습으로 인하여 그녀의 두 발은 그녀의 남편이 피카소 같다고 말할 정도로 난해한 하나의 작품이 되고 말았다. 남편이 안스러워 했는지, 아니면 자랑스러워 했는지는 모르나 그의 집에는 발 사진이 걸리고, 온 세상에 알려진 동기가 되었다.
오늘의 강수진은 연습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지독한 연습은 기본이지만 자기가 맡은 등장인물에 몰입해 감성을 풍부하게 들어내거나 음악성을 타고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발레단에서 왕언니로 통하는 그녀는 이민족사회에서 우뚝 솟은 작은 거인임에 틀림없다. 본인 스스로 무척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하루라고 더 산 사람이면 남에게 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배들이 경우에 없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에는 따끔하게 지적하고, 대신 자신이 그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카리스마를 느끼게 한다고 하는 리더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여성이다.
강수진이 소속되어 있는 발레단에서는 입단 20주년을 기념해 2007년 7월 7일을 택하여 헌정공연을 가졌는데, 이는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 곳에서 은퇴무용수를 제외한 현역무용수를 위한 공연으로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독일에서 강수진의 위상은 매우 높다. 그가 살고 있는 바뎀뷔르템베르그 주 정부에서는 최고의 예술가에 수여하는 탐머탠처린(궁중무용수)에 위촉한바 있고, 강씨가 노란색을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새롭게 개발한 노란색 난(蘭)을 ‘강수진 난’으로 이름 하기도 하였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가시밭길과 같은 험난한 길을 걸어 온 선배로서 애정 어린 당부의 말도 전한다.
첫째 재미없으면 당장 그만두라.
고난의 길이므로 억지로 해서는 될 수 없다. 지루하고 반복하는 것을 신기해하며 끈기를 가지고 몰입하지 않으면 실력이 향상될 수 없다.
둘째 예습과 복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공부만 예습과 복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발레 클래스를 하기 전 미리 나와 몸을 풀고, 끝나고 나면 자기만의 동작으로 체화(體化)시키는 것은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셋째 자신과의 싸움이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싸울 수 있다면 비록 성공하지 못해도, 미래가 불확실해도 남는 것이 있다.
넷째 정직하라
발레는 발가벗고 무대에 서는 것과 같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보일려고 해도 관객은 다 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들어낼 수 있어야 관객이 감동한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강수진의 말은 어느 한 분야에서 세계적 인물로 부각된 사람의 인생철학을 보는 듯하다.
자기의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재미가 없고,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없다면 아무리 그 일에 집착을 한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기회주의자들은 어떤 일을 해도 승산이 없다.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고, 종래는 비굴하게 되어 아무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남을 속이고 폄훼하는 자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인하는 인생 낙오자다.
강수진의 말이 여과 없이 우리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왤까.
오늘의 우리 정치인에게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정치가 한반도의 반쪽에서 사분오열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언제 남북한을 아우르고 동아시아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세계로 비상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딸 강수진을 보고 자신들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에게 세계적인 지도자 대한민국 대통령을 기대하는 것이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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