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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6 20:48 수정 : 2007.07.26 20:48

이규호씨

“어쩔 수 없이 출동했던 젊은 장교들 생각 전하려”

당시 대위로 행주대교서 쿠데타 저지
“권력 다툼 염증” 예편…부산시 사무관
문학소년 꿈살려 2003년 등단
신인상 받은 첫 단편집 ‘장산별곡’ 펴내

12·12사태 때 행주대교에 출동해 쿠데타 저지에 참여했던 장교 출신 부산시 공무원이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펴냈다.

이규호(52) 부산시 감사관(3급)은 올 초 펴낸 첫 단편소설집 〈장산별곡〉(세종출판사)의 〈날이 밝으면〉이란 작품에서 1980년 12월12일 전두환·노태우 중심의 신군부 쿠데타 때 행주대교에서 쿠데타군의 서울 진입을 저지하는 임무를 맡았던 부대의 작전관으로 당시 현장을 지켜보며 겪었던 상황과 심경을 묘사했다.

“일반에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당시 사건을 제대로 알리고, 나를 비롯해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만 했던 젊은 사관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 육사를 졸업(34기)한 이 감사관은 “군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갈등을 하다 12·12 사태 이후 권력을 둘러싼 군 내부의 추잡한 행태에 염증을 느껴 군복을 벗었다”고 전역 동기를 밝혔다.

그는 84년 예편 뒤 5급 사무관으로 부산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주로 국제교류 및 문화 관련 부서를 거쳤다. 이런 경력이 소설집의 나머지 작품 7편의 배경이 되고 소재가 됐지만, 작품 내용은 공무원의 발상답지 않게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다.

특히 〈자장암과 금개구리〉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에 맞선 지율 스님의 단식농성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그의 이야기꾼다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지율 스님의 시청 앞 농성이 계속되고 있을 때 주말에 통도사 자장암을 찾아 ‘금와보살’로 불리는 금개구리를 본 일이 있는데, 그때 번개처럼 착상이 떠올라 써낸 작품”이라고 말했다.


중1 때 이미 진주 개천예술제 백일장에서 입상(차상)해 글 재주를 확인한 그는 98년 〈국제신문〉의 다큐멘터리 공모전 대상 수상을 계기로 문학아카데미 강좌 등을 수강하며 본격 소설 습작에 들어갔다. 등단은 소설집 제목으로 뽑힌 작품 〈장산별곡〉을 2003년 지역 계간문예지 〈문학예술〉에 발표해 소설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했다.

그는 “부산시 공무원 문인 가운데 소설 부문은 혼자”라며 “짧은 글로는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나타낼 수 없어 산문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이야기를 구성하는 플롯의 묘미에 끌려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리지 않는 다양한 독서와 생각나는 것을 그때그때 자유로이 옮겨 적는 낙서습관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원천”이라며 “군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과 감사관으로서 보고 느낀 공무원 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을 써보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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