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7 06:58
수정 : 2007.07.27 06:58
법원, 이혼 막고 가정 지키려는 남편에 선처
법원이 처의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남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살인죄의 법정형이 사형ㆍ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A씨는 당뇨병으로 부부생활이 어렵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아내와 사이가 나빠졌다.
A씨 아내는 외박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았고 급기야 2007년 1월 만나는 남자가 있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A씨가 자녀들 때문에 이혼에 응할 수 없다고 거부하며 갈등을 빚던중 아내는 자신이 운영하던 노점상 일의 뒤처리를 남편에게 부탁하고 내연남을 만나러 나갔다.
사건은 그날 밤에 발생했다.
아내는 내연남과 술을 마시던 중 자신도 모르게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A씨는 반대편에서 내연남이 처에게 "애들도 버리고 이혼해서 나와 함께 살자"고 말하면서 유혹하는 것을 듣고 격분했다.
A씨는 부엌에 있던 흉기를 들고 처와 내연남을 찾아가 둘이 함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흉기로 내연남을 찔러 숨지게했다.
그는 도망가지도 않고 오히려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주위 사람에게 얘기하고 출동한 경찰에 스스로 몸을 맡겼다.
그가 붙잡힌 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평소 건실하게 생계를 위해 노력해 온 것을 아는 주위 사람들은 A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서울고법 형사3부(심상철 부장판사)는 살인죄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질은 매우 불량하지만 내연남이 피고인의 처와 내연의 관계를 맺어 오면서 이혼을 종용해 왔고 처도 이혼을 종용해 왔으나 피고인은 오히려 무능한 자신을 탓하면서 처에게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가정을 유지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사건 당일 내연남이 A씨 처에게 이혼을 종용하면서 자녀들마저 버리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분노가 폭발해 이성을 잃고 범행에 이르렀고, 자신의 범행을 깊이 참회하고 있으며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해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에 비춰 원심의 형이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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