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장단체에 의해 살해된 고(故) 배형규 목사의 부모인 배호중(72).이창숙(68)씨는 28일 "피랍자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교회 등 어느 곳에도 분향소를 설치하지 말아 줄 것"을 교회측에 당부했다. 故 배 목사의 부모는 이날 비행기편으로 제주도를 출발, 오후 5시께 피랍자 가족이 모여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타운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을 찾아 "같이 간 일행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 배 목사의 장례식은 의미가 없다"며 "납치된 22명 모두 한국행 비행기에 탄 이후에 분향소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故 배 목사의 형 신규씨는 "가족끼리 동생을 추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식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버지의 뜻이 완고함에 따라 피랍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분향소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랍자 가족을 찾은 배호중씨의 말이 10여분간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 벽쪽에 붙어 앉아있던 일부 가족들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흐느끼기도 했으며 배 목사의 아내 역시 방바닥에 앉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납치된 유정화(39)씨의 언니 정희(40)씨는 "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으며 빨리 돌아 오기만을 바랄뿐"이라며 눈물을 끌썽였다. 또 이주연(27)씨의 아버지는 "더운 나라고 물도 없고 하니 여자로 얼마나 힘들겠냐"면서 "협상이 잘되고 모든 분들이 지혜롭게 대처해 조속한 시일 내에 돌아오길 바란다"며 비교적 담담하게 밝혔다. 고세훈(27)씨의 이모 역시 "아프간에 간다고 했을 때 이유를 물으니 '내가 힘들다고 안가면 누가 가서 도와주겠느냐'며 답했다"면서 좋은 취지로 아프간을 방문한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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