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9 19:14
수정 : 2007.07.29 19:14
“탈레반에 사랑 호소”…배목사 ‘구타뒤 총살설’ 나와
피랍 11일째인 29일 샘물교회 주변에선 배형규(42) 목사가 고문이나 심한 구타를 당한 뒤 총살됐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교회 관계자는 “검시를 한 아프간 현지 군의관이 ‘배 목사 주검 상태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고 우리 정부 쪽에 말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이런 슬픔과 충격, 극도의 불안 속에서도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질로 잡혀 있는 유정화(39·여)씨가 지난 28일 밤 <로이터>와의 전화통화에서 ‘모두 아프고 힘들다’고 말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가족들은 또 한번 인질들의 건강 걱정에 발을 구르기도 했다.
가족들은 피랍자들의 이른 석방을 위해 이날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인질로 잡혀 있는 ‘봉사대원’들에게 하루에 한 가족씩 편지를 보내기로 하고 원본을 공개하기로 했다. 가족모임의 차성민(30) 대표는 “릴레이 편지를 통해 무장세력들에게 가족의 사랑과 애타는 마음을 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족모임은 지난 28일에는 <호소문>을 통해 “이번 사태에 가족 모두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그 책임이 다른 분들에게 전가되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일로 우리나라에 있는 이슬람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고 이슬람권에 대한 원망과 비난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 가운데 상당수는 연일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건강 상태도 크게 나빠지고 있다. 일부 여성 가족들은 현기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부축을 받아 힘겹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 숨진 배 목사는 출국 전 가족들에게 유서를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배 목사는 지난 13일 출국 전 쓴 유서를 통해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주검을) 환자 치료와 해부학 실습용으로 기증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주검 기증 등의 문제는 안양샘병원 원장과 의논해 결정하라”고 가족들에게 당부했다.
배 목사의 주검 운구와 장례 절차는 유족들이 “아직 피랍자 석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례 절차를 밟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혀, 모두 취소됐다. 성남/김기성 최원형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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