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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9 23:25 수정 : 2007.07.29 23:29

조재진씨

평양서 민중미술 전시회 열겠다더니…

추사·겸재~근현대작 수집 ‘청관재 컬렉션’으로 이름나
신학철·임옥상 작품 반해 80년대 민중예술 큰 애착

유명 미술품 컬렉터 조재진(사진)씨가 29일 오전 5시45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61살.

고인은 종이제조·수입업체인 ㈜영창을 30여년간 경영해온 사업가이며 고미술, 도자기, 근현대 미술품 수집에도 일가견을 쌓은 큰손 컬렉터다. 수요일마다 화랑가를 돌며 탁월한 안목으로 작품을 구입해 화랑주, 작가 등 미술인들을 설레게 했다.

그의 컬렉션은 추사 김정희,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는 물론 김환기, 이응노, 이상범, 변관식 등의 작품과 함께 서예에서 민화, 장신구까지 폭이 넓었다. 그의 수집 목록은 그의 과천 집 당호를 따 ‘청관재 컬렉션’으로 이름이 났다.

최근에는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에 ‘빈수레’라는 유화를 기증했으며, 추사동호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해에는 제주에 추사의 간찰을 기증하기도 했다.

고인은 무엇보다 민중미술을 ‘빨갱이’라고 외면하던 시기에, 다른 수집가와 달리 앞서가는 안목을 보였다. 83년 유홍준 현 문화재청장과 이호재 현 가나아트갤러리 회장의 소개로 우연히 민중미술작가 신학철, 임옥상씨 등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부터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다. “80년대 초중반 최루탄이 날고 경찰이 난입하는 전시장을 돌면서 작품을 구입했다”는 고인은 올 2월 그가 소장한 작품 가운데 민중미술 작가 23명의 작품 150여점으로 ‘민중의 힘과 꿈’이란 콜렉션전을 열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고인은 그 무렵 〈한겨레〉 인터뷰에서 “투자로서가 아니라 작품이 너무 좋고 감동해서 샀다”며 “민중미술가들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예술가의 임무에 가장 충실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1991년 5월 위암 수술을 받았다가 2005년 봄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미술에 대한 식지 않는 관심과 열정을 보였다. 2월 컬렉션전 무렵, 고암 이응로와 민중미술작가들의 생동하는 그림에서 힘을 얻는다면서 투병의지를 보였으며, 평양에서 민중미술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5월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현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고인과 함께 화랑가를 돌던 부인 박경임(57)씨와 창현(영창 이사), 승연, 희정씨 등 1남2녀가 있다.

고인의 병세가 위독하다고 알려지자 28일에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병실에 들러 박수근의 그림을 본떠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쓴 부채를 건네기도 했으며,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 등 미술인들의 방문이 이어졌다고 유족들은 덧붙였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31일 오전 7시. (02)2072-2018.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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