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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30 18:28 수정 : 2007.07.30 18:28

10여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간만에 서울에 와서, 맛있는 한국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맛이 좀 바뀐 것 같아, 잠시 주절거려 봅니다.

한 마디로 맛이 너무 단 거 같아요. 제가 이런 느낌을 받은 음식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면, 우선 일착으로 자장면을 꼽을 수 있어요. 서울에 온 초기에 처음 한두 번은 간만에 먹는다는 흥분(?) 때문에 맛을 자세히 못 느꼈지만, 서너 번 먹다보니 맛이 좀 이상하다고 느껴지더군요. 전 어릴 때부터 자장면을 시키면 그 소스까지 다 먹는 사람이었는데 (당시 가난한 사람들은 거의 다 그랬죠), 서울을 방문한 올 여름 얼마 전부터는 면만 대충 먹고 맙니다. 이유는 소스를 먹을 때 느껴지는 너무 단맛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짬뽕을 시켜 먹어 보았는데, 짬뽕도 예전에 비하면 무지 단 것 같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소위 서민들이 즐겨 먹던(먹는) 거의 모든 음식들에서 이런 공통적인 현상을 느낍니다. 이를테면, 탕수육, 길거리 튀김 간장, 길거리 오뎅 국물, 떡볶이, 식당의 각종 국물, 전골, 만두, 일부 김치, 물냉면, 비빔국수, 각종 나물 반찬 등등등... 하다 못해 고기구이 술집에서 제공하는 소스까지... 말로는 자기네가 개발한 소스라는데, 고기 없이 맨입에 맛을 보면 이게 너무 달아요. 고기를 찍어 먹어도 달고요. 마치 조미료처럼 달짝지근한 맛….

전 그래서 이번 여름 서울에서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으면 차라리 생고기 소금구이를 먹습니다. 아무런 양념없이 그저 왕소금만 살짝 찍어먹는 그 본연의 고기 맛…. ^^

서민들 음식 중에서 제가 아직 달다고 느끼지 않는 건 길에서 파는 순대 정도인 듯합니다. 어차피 소금을 찍어 먹는 거라 그런가요? 근데 어떤 데에서는 순대 찍어먹는 소금이 좀 달더군요. 고운 고추가루 외에 설탕도 좀 섞는가 봅니다. 우쒸- 왜들 그런대요?

재미있는 건, 비교적 값비싼 한식집에서 코스로 나오는 음식은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별로 달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집은 요즘 잘 나가는 옛 친구들이 초대해야 가보는 정도지, 저 혼자 그런 집에 갈 성격이 아니죠. 그래서 요즘 저의 일상 식사는 너무 답니다. 힘이 빠집니다. ㅠㅠ

제 입맛이 지난 15년 사이에 바뀐 것인지, 아니면 그 사이에 정말로 한국의 입맛이 바뀐 것인지... 누가 좀 알려주세요. 그런데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너무 슬픕니다. 외국인들을 상대로 외국에서 상품화한 한국음식이라면 좀 달아도 상관없겠는데,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국 땅에서 파는 음식이 이렇게 달다면 이건 좀 문제가 아닐까요? 더욱이 우리나라 주변 중국과 일본의 음식이 오래 전부터 우리 음식에 비해서 달았는데, 이제 우리도 그런 추세를 따라가는 건지요? 그렇다면 이제 급기야 ‘음식의 동북공정’이 열리는 건가요?

음식 솜씨가 정말 형편없는 한 아내가 그래도 선방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모든 음식에 설탕을 약간 치는 겁니다. 본연의 맛을 내는데는 수준 이하일지라도 일단 단 맛이 약간 들어가면 평균 점수는 딸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말로, 맛이 형편없다는 극단적인 비난은 면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근데 돈을 받고 (자기 음식점의 명예를 걸고)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서 모든 음식에 설탕을 칠 리는 없겠고…. 참으로 궁금합니다. 왜 이렇게 한국의 음식이 거국적으로 단 맛인지. 그저 세대 차이인가요?


30년간 살아온 조국 땅을 간만에 다시 밟고, 그 기념(?)으로 자장면을 몇 번 먹었는데, 그 감상이 이제 다시는 서울에서 자장면을 먹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자장면 하나의 문제라면 괜찮겠으나, 제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서민 음식이 죄다 그렇다는 게 너무 당황스럽고 또 슬픕니다. 이런 게 세계화인가요? '동북공정' 버전으로 세계화 할까요? 음식까지도요? ㅠㅠ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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