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30 20:07
수정 : 2007.07.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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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전찻길 복원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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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장, 서울시에 제안…연구가들 반발
“일제가 경복궁 담장 허물고 만든건데…”
1920년대 서울 광화문 일대에 가설됐던 전차 선로의 복원을 둘러싸고 문화재청·서울시와 문화재 연구가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지난달 말 최창식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차 선로의 복원을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유 청장은 근대 문화재 보존과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이런 제의를 했다고 문화재청이 30일 밝혔다. 지난 3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광화문 복원 작업 도중 아스팔트 포장 밑에 묻혀있던 전차 선로 침목을 발견하면서 이 제안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두 기관은 서울시가 주변 지역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문화재청은 발굴조사를 벌인 뒤 전차 선로 보존 방안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런 소식이 흘러나오자 일부 문화재 연구가들은 “일제에 의해 가설된 전차 선로가 경복궁을 파괴했던 역사적 맥락이 무시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920년대 기록과 신문 등을 살펴보면 상황은 이렇다. 일제는 1923년 10월 광화문과 경복궁 서쪽 영추문을 잇는 전차 선로를 가설할 당시, 경복궁 서쪽 모서리 때문에 완만하게 굽은 전차 선로를 내기가 어렵자 일제는 궁궐 담을 허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그림 참조) 당시 〈매일신보〉는 “경복궁장(담)을 60칸 길이로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60칸은 110m가량이다.
이에 김상범 문화재청 근대문화재 과장은 “침목 등 근대 문화유물을 발굴한 뒤 노선을 보고 복원 여부를 차차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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