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봉사단원 22명의 무사귀환만을 기원해
30일 샘안양병원에서 배형규 목사 시신에 대한 검시가 진행된 동안 현장에 배 목사 가족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부인 김희연(36)씨 등 유족들은 시신 검시 입회자격을 박상은 샘안양병원장과 분당 샘물교회 방영균 부목사 등 대리인 2명에게 위임하고 분당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에서 피랍 봉사단원 22명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검시에는 가족들이 입회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이지만 유족들은 "배 목사는 아직 아프간에 있다. 함께 떠났던 22명이 돌아오면 마지막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장례절차도 미루고 있다. 형 신규(45)씨는 검시가 진행되는 시간 분당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에서 "(동생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그렇지만 저나 부모님, 제수씨는 마음을 22명의 살아있는 분들한테 모으기로 마음 먹고 검시하는 시간에도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신규씨는 슬픔을 가슴으로 삭이는 표정을 지으며 "형규의 시신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걸 뉴스를 통해 봤다. 시신이 남아 있는 분들이 돌아올 때까지 아프간에서 기다렸다 돌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지만 현지 형편이 안좋다고 해 한국에 오는 것에 동의했다"고 가족의 뜻을 전했다. 신규씨는 이날 오전에도 "가슴 졸이며 석방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22명의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모여 무사귀환을 위해 기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배 목사의 장례일정을 피랍자들이 전원 석방된 이후 진행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일체의 추모행위는 하지않기로 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같은 '인내'는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22명의 피랍자 석방에 집중되기를 배 목사 유가족이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배 목사의 부모인 배호중(77) 이창숙(68)씨 부부는 주검이 돼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31일 오전 제주로 내려갈 예정이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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