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체결 이후 농민들의 근심이 심각해져가고 있다. 그렇잖아도 농사 안 지을 사람은 떠나라고 정부에서 폐농가 지원을 하는 마당에,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등떠밀며 농지를 되팔라고 하고 있다. 이것이 농업대책의 일환인가. 물론 정부는 경작환경이 “열악한” 농지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현물출자하라는 친절한 설명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열악한 농지라는 것 자체가 그동안 농업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농업을 지을 수 없는 노동력과 생산 구조에 의한 것이었지, 단순히 경작지의 토양분 문제는 아니지 않았는가. 결국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만든 정부는 이제 농지라도 내놓으라는 것이다. 마치 사채업자가 돈빌려줘서 그 돈 다 썼으니, 몸뚱아리라도 내놓으라는 논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농지는 국토의 마구잡이 관광지 개발에서의 마지막 남은 보류였다. 그만큼 농지법에 의하여 농지 전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광개발업자들은 토지 용도변경을 위해 가장 어렵다는 것이 농지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관광자원법 등의 법제화를 통해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보다도 우선하게끔 만드는 시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예 정부는 이러한 논리를 떳떳하게 내세워서 공표를 하고 있는 꼴이다. 해외여행의 국내소비 전환을 위한 근본 대책을 세워라 여행수지 적자는 오늘 하루아침의 일은 아니다. IMF 경제위기가 시작되었던 1998년에서 2000년까지를 제외하고는 사실 여행수지는 적자가 지속되었으며, 그 적자폭 역시 점점 커져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단기적인 해외여행을 줄이기 위한 대책보다는 왜 내국인이 해외여행을 하는지의 근본 원인부터 찾기 바란다. 내국인들의 국내여행수요가 해외여행수요로 변화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선진국에서 무언가를 보고 와야 한다는 논리가 대단히 크다. 그중 연수생 및 유학생 수요가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방학 때만 되면 항공권을 구하기가 어려운 판국이 되고 있다. 우리 내부에는 볼 것이 없고, 선진국에서만 볼 것이 있게 만든 국내 문화를 바꾸지 않고서는 결코 해외여행의 증가세를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농지는 경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골프장으로 만드는 현실에서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무엇을 볼게 있다는 말인가. 지방에 여행을 가면 여전히 열악한 생활여건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지방이 살고, 농촌이 살아야 그 지역의 문화를 보고 얻어갈 것이 많으리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관광일 수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단기적인 해외골프수요야 억제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해외여행수요는 부추킬 것이다. 진정으로 해외여행(Outbound)을 줄이고 국내 국민관광(Domestic)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관광레저도시와 같은 대규모 리조트 단지 건설에 힘쓸 것이 아니라, 지방의 다양한 문화와 복원에 힘쓰기 바란다. 농촌, 농민, 농업을 죽이는 정책을 하지 말고, 진정으로 농촌에 가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또한 그저 외국에 나가야만 잘 될 수 있다는 국내 뿌리깊게 박힌 정서를, 국내에 있을 때 보다 더 잘 될 수 있다는 사회복지 및 교육여건이 개선될 때만이 여행수지 적자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란수/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국민농업 및 한양대학교 관광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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