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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애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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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묻힌 할아버지 60년 만에 만나요”
“할아버지는 한국을 정말 사랑했습니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았고,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너무나 상심했다고 말했어요” 1907년 이준·이상설·이위종 선생과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대한제국 국권회복 운동을 펼쳤던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의 외손녀 주디 애덤스(85·사진)가 지난 31일 한국을 찾았다. 헐버트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가 3일 여는 헐버트 박사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애덤스는 1922년부터 1949년 헐버트 박사가 숨을 거둘 때까지 미국 매사추세츠 스프링필드의 시골집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가 기억하는 헐버트 박사는 유머가 넘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할아버지였다. 그러나 헐버트 박사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미국에서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많은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전혀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린 이유도 있었지만, 헤이그에서 겪은 좌절이 할아버지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었어요” 애덤스는 딱 한 번 헐버트 박사가 저녁 식사 시간에 헤이그 회의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 때 할아버지는 회의에 참석했던 각 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어요. 특히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흥분해서 ‘미국이 한국을 배신했어’라고 말했습니다” 헐버트 박사는 1949년 이승만 대통령의 초대로 40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헐버트 박사는 그해 한국에서 숨을 거뒀고, 평소 소원대로 한국 땅에 묻혔다. 정부는 50년 박사의 공로를 인정해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애덤스는 6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헐버트 박사의 자취를 더듬을 예정이다. 3일 서울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서 열리는 추모식에서는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묘를 찾는다.“할아버지가 한국으로 떠난 뒤 거의 60년 만에 뵙는 셈이네요. 할아버지 묘 앞에 서서 ‘당신이 떠났을 때 만큼 나이 먹은 손녀가 왔어요. 할아버지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어봐야겠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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